법정관리의 기업을 회생시키려고 고군분투하다가 역경을 극복지 못하고 투신자살을 선택한 한 전문경영인의 죽음은 우리나라 기업환경의 불모지를 다시 상기케 한다. 비운의 주인공은 법정관리중에 또다시 부도를 낸 (주)논노의 법정관리인 유익재(전논노대표이사)씨.유씨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섬유를 해외에 수출했고 섬유사업에 한 생애를 바친 섬유전문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대학졸업후 부친이 경영하던 메리야스회사에 경영수업을 쌓고 난 뒤 87년 논노에 입사, 핵심간부로서 활약했으며 회사가 1차부도를 낸 92년 3월이후 그해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법원이 전무인 그를 법정관리인으로 지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회사갱생의 책임을 떠맡게 됐다. 그러나 회사는 회생되지 못하고 지난 2일 또다시 26억원의 부도를 냈다.
법정관리중의 기업은 채무의 동결, 은행의 철저한 경영감독등으로 경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더라도 부도는 재발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왔고 또한 실제로 그래 왔다. 논노의 부도재발은 그런 의미에서 충격적인 것이었다. 유씨는 바로 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2차 경영부실의 최대요인도 논노의 오너인 유승렬 회장에게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논노가 1차부도를 내게 된 것은 유회장의 무리한 경영과 방만한 경영 때문이었다. 법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는 제3의 인물을 세워 새로운 경영팀을 구성하는 것이 관례인데 논노의 법정관리때는 이상하게도 유회장을 그대로 존속시켜 사실상 이전과 같이 자금관리등 경영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유사장은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이후 평소의 강한 책임감대로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회사처럼 불철주야로 뛰었으며 감원, 경비절감, 사옥매각에 의한 부채감소등 경영혁신도 시도해 왔으나 유회장의 부단한 간섭으로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오너인 유회장은 부도직전 회사의 돈을 빼돌려 홍콩으로 도주했다.
이러한 오너가 계획적이고 부당한 간섭, 회사자금의 횡령 및 해외유출을 자행하면 전문경영인이 아무리 분전해도 경영개선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유사장은 또한 은행 및 일반채권단과 납품업체·대리점들을 재차 설득하는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참아온 이들은 논노를 살려놓고 채무를 회수하는 것보다는 당장의 채무변제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유사장의 혼신의 기업갱생노력은 배신과 몰이해의 바다에서 좌초하고 만 것이다. 제2, 제3의 유사장이 나와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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