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1백일간의 회기를 마치고 오늘 폐회된다. 이번 국회는 두 전직 대통령의 연쇄구속이라는 태풍에 가려 국회라는 존재가 있는 지 없는 지 조차 모를 정도로 실종되어 버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노태우 비자금 스캔들의 경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뇌관을 처음으로 터뜨렸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되고도 남음이 있다.노씨 비자금에 관해서는 오래 전부터 여러가지 얘기가 떠돌았지만 설로 지나쳤을 뿐이고 민주당의 박계동 의원이 구체적으로 예금계좌를 증거물로 제시함으로써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전두환씨의 구속을 가져온 5·18 충격 정국 역시 국회가 막바지에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함으로써 마무리 역할을 한 셈이다.
노씨 정치자금을 둘러싼 파문은 어김없이 정치권에도 바람을 몰고 와 국회에서 정파끼리 받았느니 안받았느니 하면서 추태를 벌이기도 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비방전에 그치고 말았는데 앞으로의 정치인 사정결과에 따라 계속 쟁점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국회가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대 혁명적인 작업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정당과 정치인 스스로가 지닌 내재적 원인에서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정치 개혁과 세대교체 물갈이 등을 통한 구체적인 자정작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국회는 당초 문을 열 때부터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의 쇼 때문에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국회만 열면 되풀이 되던 공전이나 날치기 파동이 이번에는 없었다. 예산안이 여야간에 충돌없이 표결처리 된 것도 오랜만의 일이다. 이번 국회는 정말 파행이 없었던 보기 드문 기록을 남긴 셈이다. 국정감사도 비교적 차분하고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성이나 몸싸움등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것도 드문 일이다. 야유나 욕설 고함이 있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 상당히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만 의원들이 내년 총선 표밭을 오가느라 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빈 자리가 많았다는 것은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너무나 엄청난 이슈에 깔려 민생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국회 막바지에서 정치관계법 개정이 일부 이뤄졌으나 선거구 획정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평결이 늦어져 선거법 손질이 내년으로 넘어간 것은 다소 유감이다.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는 총선을 위한 법적 제도적 준비를 철저하게 완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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