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투의 편안한 시상전개 주류시/튼튼한 문장·세련된 문체 돋보여소설/공연 고려안한 작품 눈에 거슬려희곡/도시아이정서 섬세한 포착 눈길동화·동시9일 접수마감한 9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응모작들은 양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시는 편안하게 써나가는 경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점이, 소설은 서사구조보다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수준이 대체로 고르면서 허수로 쳐야 할 태작들이 적은 점도 올해의 한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부문에는 모두 760여명이 응모했다. 과거에는 익히 알려진 기성시인을 본으로 공부한 듯 닮은 꼴의 시가 곧잘 눈에 띄었으나 점차 그런 모습이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 시 짓기를 어려움 없이 느끼고 시를 보는 안목이 일반독자들에게도 평준화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압축의 미」라는 시의 장점을 살리려는 관심이 옅어지고, 아무려나 자기 심경에서 우러나는 시상을 산문투로 자연스럽게 배열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재미있게 시를 짓는 기술은 늘었지만 주제나 작법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실험욕이 부족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중평이다.
300여편이 응모된 소설부문에서는 튼튼한 문장, 세련된 문체등 기초적인 실력향상이 큰 특징으로 지적됐다. 소재에서는 정치·사회문제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주로 개인의 내면이나 가족이야기,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대종을 이루었다.
최근까지도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교과서적 글 구성·묘사를 통해 쓰려는 바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전달했으나 갈수록 그런 기본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겉멋에만 치우쳐 내실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소설, 새롭기는 하나 격이 없는 소설이 양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예심위원은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이 인물이 왜 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희곡부문에서는 대사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기만 하면 모두 희곡인 줄 오해해 영화시나리오나 방송대본이 되어버린 작품이 있다거나, 공연을 도외시하고 쓴 작품들이 눈에 거슬렸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가이다. 동화와 동시부문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감각을 수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따라서 사회적인 사건을 반영했거나, 아파트·비디오문화에 둘러싸인 도시아이들의 정서를 섬세하게 소화한 작품들이 수작으로 거론됐다. 심사위원들은 아직도 시골에서 천진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동화, 동시의 전범인양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충고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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