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금·전별금·감사표시 주장/“관행화성금” “사훈따라 사회위해 제공”/“대통령과 좋은관계 유지” 뇌물 시인도노태우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재벌총수들은 18일 1차 공판에서 검찰측 신문에 대해 각각의 논리를 내세워 뇌물성 자금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재벌총수들은 노씨에게 건넨 뇌물의 성격을 대부분 「3공때부터 관행화된 성금」 또는 「통치자금」이라고 했고, 「전별금」 「감사의 표시」등이라고 주장했다.
재벌총수들은 『본인의 기업에 대해 정국운용 과정에서 최소한 불이익이 되는 정책이 시행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은 『돈의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찰신문에 『대림을 호의적으로 봐달라는 취지라는데 변명하고 싶지 않으며 깊이 뉘우친다』고 답변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노씨에게 돈을 건넨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검찰측 신문에 『일반적으로 통치자금이라고 불리는 돈이었다』면서 『삼성은 과거 3공시절부터 크게는 2백50억원을 전후해 대통령에게 돈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특정 사업과 관련해서라든가 애로점을 해결해 달라는등의 청탁을 한 적은 없지만 과거부터 해오던 일이라 관례적으로 돈을 갖다 준것』이라면서 『삼성은 3공때 어느 기업보다도 피해를 많이 당한 아픈 경험이 있어서 5,6공때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명목은 없지만 돈을 건네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대통령에게는 통치자금이 필요하고 모든 기업이 이 자금을 제공했으며 유독 대우만 제공하지 않으면 좋지 않을것 같아 연말에 보통 불우이웃돕기 성금등에 사용하라고 대통령에게 돈을 갖다줬다』고 답변했다. 김회장은 또 91년 5월 1백억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 『당시 광역의회 선거가 임박해 있어서 대통령이 돈이 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목돈을 갖다주게 됐다』고 진술했다.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은 92년 4월 20억원을 노씨에게 건넨 사실에 대해 『퇴임이 가까운 시점이라 전별금으로 준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이현우 전경호실장에게 1억6천만원을 건넨 사실에 대해 『국민학교 선배이며 과거부터 잘 알고 지내왔기 때문에 경호실장으로 임명된이후 경호업무 수행에 돈이 좀 필요할 것 같아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진로그룹 장진호 회장은 한차례에 1백억원을 노씨에게 제공한데 대해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우리 그룹의 사훈에 따라 대통령에게 갖다주면 국가사회를 위한 훌륭한 일에 사용될 것으로 알았다』고 답변하고 『이런 관행은 잘못된 것이며 앞으로는 이런일이 다시 없어야 한다』고 진술했다.
대림그룹 이회장은 노씨에 대한 뇌물성 자금전달을 시인하고 『당시 기업인들이 노씨에게 돈을 준 것은 솔직히 말해 대통령이 직무상 영향력이 막강하고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 우대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뇌물공여 행위』라고 답변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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