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과 달리 포승·수갑 안 채워/재벌총수 “처음 겪는 일 얼떨떨”/주변 철통경비 방청객 몸 수색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417호 법정안팎에는 한때 나라를 쥐고 흔들었던 노씨와 측근들, 재벌기업인들이 「피고인」이라는 초라한 신분으로 법앞에 섰으며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려고 몰려든 방청객과 보도진, 경찰들이 뒤엉켜 열기를 느끼게 했다.
▷입정과 퇴정◁
○…노씨는 상오 9시22분께 서울구치소에서 서울지법에 도착, 지하 1층 구치감으로 이동하면서 11월16일 수감된 이후 처음으로 수의를 입은 모습을 외부에 드러냈다. 흰색 한복저고리에 회색바지, 갈색양말, 흰색 고무신등 전형적인 수인 모습을 한 노씨는 양쪽 손을 옷소매에 깊숙이 넣은채 교도관들에 이끌려 호송버스에서 내려 구치감으로 향했다. 그러나 노씨에게는 관행과 달리 포승이나 수갑을 채우지는 않았다. 노씨의 수인번호는 그동안 「1537」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1432」임이 확인됐다. 노씨는 구치감에서 30여분동안 대기하다 재판정에 입정했다. 이에 앞서 상오 9시2분께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서울지법에 도착, 역시 구치감에서 노씨와 함께 대기했으나 얼굴을 맞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공판이 끝난 직후인 하오 6시34분 교도관들에 둘러싸여 지하구치감으로 내려온뒤 호송버스에 탑승,곧바로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법원측은 노씨의 구치감 입장은 사진촬영을 허용한데 반해 돌아갈때는 사복경찰 1백여명을 동원, 취재를 봉쇄했다.
○…이에 앞서 상오 9시37분께 이태진 전청와대경호실 경리과장이 불구속 피고인중 제일 먼저 법원에 도착, 417호 대법정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영훈 비서관등과 악수를 나눈뒤 검색대를 통과해 입정했다. 곧이어 노씨 아들 재헌씨, 금진호 의원, 한보 정태수 총회장, 동아 최원석 회장, 김종인 전청와대경제수석 진로 장진호 대림 이준용 대우 김우중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원조 전의원순으로 검색대를 통과, 법정에 들어섰다. 법원의 구속집행정지결정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중인 한보 정회장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정,눈길을 끌었다.
한편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은 상오 9시45분 서울지법 청사안으로 들어가다 지난 91년 시위도중 숨진 명지대생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로부터 청와대직원으로 오인받아 손바닥으로 뒷머리를 맞는 수모를 당했다.
재벌총수들은 낮 12시10분 재판이 휴정되자 대부분 법원주변 음식점이나 담당변호사 사무실에서 식사를 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하오 2시께 법정에 재입장하면서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평생 처음 겪는 재판이라 얼떨떨하다』고 답변을 했다.
○…법정 주변에는 이날 사법사상 최대규모의 철통경비가 펼쳐졌다. 법원측은 노씨의 재판이 진행된 417호 대법정으로 통하는 법원 건물 가동의 모든 출입구에 4∼5명씩의 직원을 배치, 소지품을 일일이 점검했다. 또 복도에도 직원 20여명이 도열해 일일이 신분증과 대조해가며 방청권을 2차례에 걸쳐 점검했으며 법정 입구의 약 10여평 정도되는 공간에는 검색대와 함께 검색봉을 든 직원 10여명이 배치돼 2차례씩 몸수색을 실시했다.
▷호송◁
○…노씨는 상오 8시57분 경기5더1062호 구치소 호송버스편으로 서울구치소를 출발했다. 경찰차의 안내를 받으면서 5대의 계호차량에 둘러싸인 호송버스는 「긴급호송」표지를 유리창에 붙이고 비상사이렌을 울리면서 인덕원사거리―남태령고개―사당4거리―남부순환도로―예술의전당―서초역사거리를 거쳐 9시22분에 서울지법에 도착했다.
노씨를 호송한 한 교도관은 『노씨가 서울구치소를 출발할때 수갑이 채워지고 포승으로 묶인 채 호송차량에 탔으나 출발직전 출정과장의 지시로 버스안에서 포승과 수갑을 풀었다』고 말했다. 노씨의 호송차량에는 다른 미결수는 동승하지 않고 교도관 10명이 함께 탔다.
재판이 끝난뒤 노씨를 다시 태운 호송차량은 경찰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달려 19분만인 6시53분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주변◁
○…서울지법 주변에는 노씨가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나왔으며 일부 시민은 호송차량이 도착하자 『반성하라』고 외치는등 시위를 벌였다. 시민 윤여흠(42·보험사직원)씨는 호송버스가 법원에 도착하자 차를 향해 밀가루를 뿌려 잠시 소동이 벌어졌으며 이한열, 강경대군의 유가족들도 법원내부로 들어가려다 경찰이 저지하자 거세게 항의했다. 이군의 어머니 배은심(57)씨는 『군부독재에 의해 아들이 죽었다』며 『노태우가 처벌받는 것을 꼭 봐야겠다』고 오열했다.<장학만·이현주·김경화 기자>장학만·이현주·김경화>
◎노씨 축재비리사건 일지
◇10월
▲19일 박계동 의원,대정부질문서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4,000억원보유설 폭로.
▲22일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 검찰에 출두, 노씨의 통치자금 진술.
▲27일 노씨 사과성명, 통치자금 5,000억원 조성 잔액 1,700억원 발표.
◇11월
▲1일 노씨 1차 검찰소환.
▲6일 스위스정부에 노씨 비밀계좌유무 확인요청.
▲8일 삼성 이건희 회장 등 기업인 5명과 노씨사돈 동방유량 신명수회장 소환.
▲9일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등 기업인 7명 소환.
▲12일 대우 김우중 회장 등 기업인 3명 소환.
▲16일 노씨 2,358억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17일 이현우씨 26억5,000만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18일 이원조 김종인 금진호씨 출금.
▲25일 김영삼 대통령, 5·18특별법제정발표.
▲29일 한보 정태수 총회장 뇌물공여 및 업무방해혐의로 구속.
▲30일 검찰, 12·12와 5·18특별수사본부발족.
◇12월
▲2일 전두환 전대통령 검찰조사불응 성명발표.
▲3일 전씨 구속.
▲5일 노씨 및 관련 기업인등 14명 기소, 중간수사결과 발표.
▲13일 김종휘 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15일 소영씨부부 외화밀반출관련서류 도착.
▲18일 노씨사건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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