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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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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의 첫 공판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첫 기록이다. 노씨와 더불어 기소된 재벌그룹 총수들도 한 자리에 섰다. 노씨의 유·무죄를 가리는 열쇠는 그가 거둬 들인 5천여억원이 「통치자금」이냐 「뇌물」이냐의 여부다. ◆노씨 공판은 세계적인 사건이 됐다. 미국·일본·유럽·아시아 등지의 세계적인 신문·텔레비전 특파원 1백여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세계 매스컴들의 시각들이 세계화 되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90년대 이전만 했더라도 노씨 공판이나 전두환씨의 구속이 세계 매스컴에 지금처럼 부각되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우발적이지만 노씨의 비자금 사법처리는 이탈리아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운동, 멕시코 정부의 전직 대통령 카를로스 살리나스의 인척들에 대한 돈세탁혐의 수사, 파리검찰의 알랭 쥐페총리 독직사건 수사와 더불어 세계적인 정화운동 추세의 하나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는 정화운동의 세계화 요인을 냉전체제의 붕괴, 정보혁명의 확산, 중산층의 확대와 기대증대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서구에서 공산당이 가장 강력했던 이탈리아의 경우 구소련체제가 붕괴되지 않았더라면 검찰이 마니 풀리테 운동을 전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고위층 정치인, 관리, 기업인 등 1천3백명 이상을 사법 처리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95년이 「세계 대정화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선진권에서는 한국·멕시코 등 신흥공업국들의 정화운동을 공정거래의 기회확대로 보는 측면도 있다. 멕시코 같은 나라에서 정경유착이 만연, 특정기업에 특정이득이 주어지면 자유무역협정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우리는 정화운동의 세계화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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