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옐친정파 연대땐 정국 대혼미 불가피동유럽을 휩쓴 「공산 도미노 물결」이 끝내 종주국이었던 러시아까지 덮쳤다. 겐나디 주가노프가 이끄는 러시아공산당은 17일 실시된 총선 중간 개표결과 제1당으로 부상할게 확실시되면서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강력한 견제세력으로 등장했다. 러시아제국의 부활을 내세운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도 예상을 뒤엎고 높은 지지를 획득, 정국운영의 한축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옐친대통령은 극좌세력인 공산당과 극우세력인 자민당의 포위망에 갇히게 됐으며 내년 6월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상당한 권력누수현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공산당의 승리는 선거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2,500만명에 이르는 연금생활자등 급진개혁 정책의 소외계층과 사회불만세력들은 공공연히 구공산체제로의 회귀를 주장했으며 이는 곧 공산당의 표로 연결됐다. 특히 구소연방해체후 사회기간시설 및 사회보장체제의 붕괴로 의식주 해결에 곤란을 겪어온 시베리아 극동지역에서 공산당은 25%선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개혁진영의 경우 체르노미르딘총리의 나쉬돔 로시야(우리집 러시아)는 예상보다는 선전했으나 집권여당의 세를 과시하지는 못했다. 야블로코 블럭(당수 야블린스키)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개혁의 과실을 향유한 대도시에서만 분전, 겨우 현상유지에 그쳤고 러시아의 선택(당수 가이다르 전총리대행)은 전국구 의석배분 기준(5%)도 확보 못하고 참패했다.
공산당의 득승과 극우 자민당의 건재로 크렘린의 향후 정국운영구상은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옐친대통령은 당초 나쉬돔 로시야가 총선에서 부진할 경우 체르노미르딘총리를 인책 해임하고 민족주의 성향의 스코코프 러시아공동체회의 공동의장을 새총리로 발탁, 정계개편과 정국안정을 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러시아공동체회의가 자민당세에 밀려 일정 정치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함에 따라 스코코프를 통한 정국안정 구상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특히 공산당이 자매정당인 농민당등 반옐친 정파를 끌어들여 옐친대통령의 정책노선에 반기를 들 경우 정국은 급격히 소용돌이속에 빠져들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경제 정책의 중단과 강경한 대서방 외교노선 도입등을 시도하려는 공산당 주도의 의회측과 이를 막으려는 옐친정부간의 싸움은 93년 10월 의사당 유혈사태이전의 보혁대결을 재현시킬 가능성도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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