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과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 두 사람은 18일 전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약 2달여만에 처음으로 말없이 마주쳤다.「군신관계」로 비쳐질만큼 과거 대통령과 최측근에서 그를 보좌하는 경호실장이었던 두 사람은 축재비리사건의 주연과 조연피고인으로서 조우하는 운명이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두 사람은 또 공판과정에서 서로 비자금조성 혐의를 「떠넘겨야 하는」 얄궂은 사이가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의 대면은 노씨가 첫번째로 법정에 입정한 후 이씨가 7번째로 입정하는 순간 이뤄졌다. 지난 10월22일 이씨가 검찰에 출두하기 직전 노씨에게 사전보고를 위해 연희동을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시선은 부딪치지 않았다.
노씨는 이씨가 호명될 때 만감이 교차하는지 지그시 눈을 감은채 앞만 바라보았다. 이씨 역시 입정하면서 의도적으로 과거의 군주를 바라보지 않으려는듯 눈을 내리깔았다. 혐의의 경중으로 본다면 맨앞줄에 앉은 노씨의 바로 옆에 이씨가 착석할 법했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셋째줄에 앉도록해 시종 노씨의 뒷모습만을 지켜보게 「배려」했다.
서울구치소측은 두 사람의 관계를 고려한 듯 구치소내에서도 다른 사동에 수감했고 이날도 출정시간을 달리 했다. 둘은 구치감에서도 각각 떨어진 칸막이 방에서 대기했다.
한 배를 타게된 노씨와 이씨. 두 사람은 앞으로의 공판과정에서 여러번 조우하게 되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대할지 알 수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심정만은 괴로울 것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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