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손쉬운 일조차 찾는사람 없어/외인연수생들 돈 더 주는곳 줄행랑/조립·포장까지 아예 고령자 고용도1,200여 중소업체가 모여있는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공단본부에서 왼쪽으로 1 떨어진 곳에 있는 다성전자(주)는 설비증설을 위해 3개월전부터 10여명의 인력을 공단인력은행과 주간 구인잡지를 통해 모집하고 있으나 문의전화 하나 걸려오지 않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을 월 4억원어치 제작해 삼성전기와 LG전자 대우전자 만도기계등에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누가 봐도 탄탄한 거래선을 갖춘 유망업체지만 사람이 오지 않아 설비증설계획조차 늦춰야 할 판이다.
회로기판원자재 재단구멍뚫기도금페인팅작동테스트검사등의 과정으로 돼있는 생산라인에서는 대부분 기계가 일을 하고 사람은 기계가 하는 일을 지켜보는 정도다.
이 회사 최성영(35)과장은 『여자검사요원 2∼3명, 회로인쇄기조작 남자직원 8∼9명을 월 60만∼80만원에 모집하고 있다. 이 정도면 급료가 적은 것이 아닌데다 일도 별로 힘들지 않은데도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작업이 쉬운 이 회사만 해도 사람구하기가 힘들 정도니 수고가 많이 따라야 하는 업종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인근 G화학 U염색 T도금과 같은 회사는 수년째 생산인력이 30%이상 부족한 상태다.
이곳 반월공단의 전체 종사자는 모두 9만5,000여명. 공단본부 관계자는 『각 기업들마다 사람때문에 아우성이다. 앞으로 1만여명은 더 있어야 공단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K금속 인력담당자는 『인력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10명의 외국인산업연수생을 받았는데 올들어 하나 둘씩 빠져나가더니 지금은 3명밖에 안남았다』며『돈을 더 많이 주는데로 찾아가겠다는 이들을 불법이라며 못가도록 밤새 감시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서울 구로공단 역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공단내 기업의 인력수급을 맡고 있는 공단내 인재은행에는 월 500여명이 필요하다는 구인신청이 접수되고 있지만 구직자는 150∼200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임금등 조건이 안맞아 실제 취업하는 경우는 100건도 못된다. 특히 은행측은 젊은 인력이 오지 않자 최근에는 아예 고령자취업상담창구까지 마련했다. 인재은행 원정연(여·25)씨는 『각 기업들마다 노무직과 경비업무는 물론 예전에 젊은 여직원이 맡았던 조립·포장도 고령자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내 B실업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직 근로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병역특례제도를 보완해 산업기능인력을 대폭 확대하는등 중소기업 인력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3학년2학기부터 일선현장에서 실습시키고 있으나 1∼2학년부터 일정시간씩 실습시키는게 학생과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아직 많다.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이 산업현장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탁상」에서만 인력난을 해결하려는데 있다는 것이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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