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 인식틀로/문명의 흥망성쇠 분석영국 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1889∼1975)의 「역사의 연구」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도전과 응전」이라는 인식틀로 분석, 문명주의 사관에 입각해 기술한 역사학 저서의 효시이다.
구상부터 완결까지 40년이 걸린 이 역작은 방대한 분량(350만단어)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식견으로 기존의 인종주의·환경주의 역사관을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개별국가 중심의 연구를 지양, 세계를 20여개의 문명권으로 구분하고 문명을 유기체로 파악, 흥망성쇠의 일반적 법칙을 추구한 연구태도는 내셔널리즘과 서양중심주의에 명확히 반대하는 역사관의 소산이다.
토인비는 서양사상의 양대 기둥인 그리스, 로마의 신화와 성서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인간의 역사는 신의 나라가 실현되는 과정」이라는 기본명제를 자신의 저서에서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문명은 소수엘리트들의 지도에 따라 등장하며 그들의 창조적 지도력이 다했을 때 쇠퇴하게 된다」는 특유의 문명관을 정립했다. 토인비의 문명사관은 막대한 영향을 미쳐 93년 「문명충돌론」을 주장, 국민국가논쟁을 촉발한 미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교수도 토인비적 패러다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로마문명을 바탕으로 모든 문명을 분석하는 토인비의 연구태도는 사실과 해석에서 오류가 적지 않아 과학적 연구가 부족한 「문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구나 「역사의 연구」 초판본에 한국을 일본문명권으로 포함시킨 그는 비난이 빗발치자 72년 새로 펴낸 축약본에서는 한국문명을 별도 단위로 설정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188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토인비는 옥스퍼드 밸리올대에서 라틴의 고전을 공부했고 그리스에 유학한 뒤 귀국, 모교의 연구원이 되었다. 그뒤 1925년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일명 채텀하우스)로 옮겨 30년동안 연구부장과 교수를 역임하며 「역사의 연구」를 써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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