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이에 메모 등 골똘히 생각/“김옥숙씨 불참석 의미부여 말라”/출정재벌 답변내용 점검 등 분주노태우 전대통령의 축재비리사건 공판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노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공판을 기다렸으나 연희동 측근들은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총수가 피고로 출정할 재벌그룹들도 변호인단을 중심으로 연달아 공판에 대비한 도상회의를 가졌다.
○구치소 출발시각 함구
○…노씨는 상오 6시20분께 일어나 가족과 측근의 면회없이 불교책을 읽거나 방에서 간단한 맨손체조등을 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조용한 휴일을 보냈다. 교도소측은 『일요일에는 별도의 운동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노씨는 하루종일 독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공판을 하루 앞둔 탓인지 심기가 불안해 보였다』고 전했다.
한 교도관은 『노씨가 며칠전부터 종이에 메모를 하는등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법정에서 할 모두진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치소측은 노씨를 법정까지 호송할 차량을 점검하고 노씨와 동행할 교도관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또 노씨가 구치소를 출발하는 시각등 구체적인 사항은 극비에 붙이는등 보안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희동 평소처럼 적막
○…노씨의 연희동 집은 이날 하오 동생 재우씨 부인이 방문, 김옥숙씨를 위로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측근들의 발길이 끊긴채 적막감이 감돌았다.
비서진은 『가족이 전혀 안채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다 오늘은 방문객마저 없어 가족들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면서 『평소와 다를 게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영훈 비서관은 『방청권이 10장밖에 나오지 않아 아들 재헌씨와 서동권 전안기부장 정해창 전비서실장 최석립 전경호실장등 일부만 재판에 참석할 것』이라며 『김옥숙씨가 공판에 참석하지 않는데 대해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노씨 변호인인 한영석 전민정수석과 김유후 전사정수석은 이날 시내 모처에 모여 법률검토 작업등 변호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검찰에서 1만페이지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넘겨받지 못해 변호인측 반론은 어렵다고 보고 인정신문 다음차례인 모두진술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국민여론이 좋지 않고 비자금액수가 워낙 엄청나 부담이 되지만 재판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적 대응논리는 이미 마련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정태수씨도 출두 밝혀
○…총수가 피고로 출정할 기업들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대책을 점검하느라 오히려 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삼성 대우 대림 동아 동부 한보 등 주요 그룹의 핵심관계자들은 이날 대부분 출근, 법정까지 총수를 수행할 관계자들을 선정하고 예상신문과 답변내용을 점검했다. 이들은 총수의 법정 출두가 18일 하루로 끝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4월께까지 이어질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총수의 법정출두로 야기될 해외사업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안마련에도 분주했다.
공판을 앞두고 총수가 귀국한 대우와 동아그룹의 핵심관계자들은 이날 공항으로 출영나가 사무실과 자택으로 가는 승용차속에서도 그룹이 마련한 공판대비책을 보고했다. 삼성과 동부의 경우 법무팀등 관계자들이 출근, 선임변호인들과 함께 늦게까지 답변수위를 점검했다.
대림그룹은 담당변호사와 핵심측근들이 시내 모처에서 이준용 회장과 대응방안을 최종 점검했다. 한보그룹은 구속집행정지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있는 정태수 총회장이 『성실히 법정에 출두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주치의를 수행토록 하는등 정총회장의 건강에 신경을 썼다.<이종재·윤태형·김경화 기자>이종재·윤태형·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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