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최근 영국의 방송전문지 TBI가 40개 주요국을 조사한 결과 우리는 어느 장르 보다도 TV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의하면 주시청 시간대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15개 중 8개가 드라마였다. 미국인은 코미디를, 프랑스인은 영화를 선호하지만 영국인은 우리처럼 드라마를 좋아하고 있다.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코리아게이트」(SBS)가 32부에서 20부로 줄어 오는 23일 조기종영되니 애석한 일이다. 그것이 외압 때문이라는 추측과 『그렇지 않다』는 SBS의 해명도 있었으나, 사실 크게 서운할 것도 없을 듯하다. 『같은 소재를 다룬 MBC의 「제4공화국」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코리아게이트」는 역사에 묻혀있던 어두운 부분을 밝혀 주면서 이미 우리에게 많은 재미를 주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정치드라마들은 15년 동안 내연하고 있다가 화산처럼 폭발한 전두환 노태우씨등의 쿠데타 진상과 비리의 거대한 뿌리를 드러내 보여주었다.
높은 시청률 속에 이 드라마들이 방영되자 「역사를 왜곡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급기야 12·12와 5·18 관련자 6명은 13일 양방송사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정치드라마가 정확한 사실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역사왜곡 가능성」에 공감하는 사람 모두가 앞의 고소인들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반대편에서 『두 드라마는 15년 전의 진실을 철저하게 못 파헤치고 있다』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80년대의 우리 역사는 이미 크게 왜곡되고 국민의 자존심은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이 드라마와 관련해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의 발제자인 전상금 여협 매스컴모니터회장은 『두 드라마가 국민들에게 훌륭한 역사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공감할 때 「코리아게이트」라는 역사교과서의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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