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군 철수 앞둔 베들레헴/윤석민 기자 현지르포(지금 이곳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군 철수 앞둔 베들레헴/윤석민 기자 현지르포(지금 이곳은)

입력
1995.12.17 00:00
0 0

◎팔인 “28년만에 해방” 축제 무드/자치환영 미소뒤엔 이스라엘 경원중단 걱정도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이 요즘 분주하다. 기독교를 첫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로마황제 당시인 330년 말구유 자리위에 건립된 예수 탄생교회와 베들레헴시청등이 몰려있는 중앙광장 주변에는 청소와 만국기, 오색전구 설치등 새 단장이 한창이다.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성탄절 준비 때문이 아니다. 18일 이스라엘군 철수와 병행한 팔레스타인 자치실시에 대한 강한 설렘으로 예루살렘 남부 7에 위치한 이 자그마한 도시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67년 6일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에 점령된지 28년만의 벅찬 「해방」을 맞게되는 것이다. 교회와 시청 사이의 광장 한켠에는 이스라엘군정의 상징인 군본부가 높은 철망에 둘러싸인채 벙커처럼 버티고 있다. 중앙광장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점을 경영하는 파라드 아자즈레(63·시의원)씨는 『18일은 졸려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숨통이 풀리는 날』이라고 기쁨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의 미소뒤에 숨겨진 짙은 그늘은 가리기 힘들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공통된 우려이다. 팔레스타인인의 자치 수립은 곧 직업과 각종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던 이스라엘과의 관계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을 비롯, 자치구역밖으로 향하는 모든 도로에는 검문소가 세워져 팔레스타인인의 통행이 통제되고 주변에는 철조망이 둘러진다. 대부분이 예루살렘지역에 직업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앞으로 이스라엘측이 현재 1만5,000명으로 제한한 고용인원을 얼마로 조정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치이양 및 내년 1월20일 예정된 첫 자치정부구성 선거 준비에 분주한 베들레헴 지역 팔레스타인 자치기구(PA)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거래된 평화」라고 표현했다. 즉 「목줄은 놓였지만 밥줄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미 클린턴행정부가 「평화 정착」을 과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호구대책없이 서두르고 있다는 불만이 높았다.

당초 연말로 예정된 베들레헴의 이스라엘군 철수를 18일로 앞당긴 것도 한 예이다. 전세계에 위성중계되는 성탄행사에 처음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이 참석, 중동의 평화만들기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내외에 알리기 위해 서둘렀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베들레헴광장에 세워진 크리스마스 트리가 백악관 앞을 장식한 화려한 트리에 비교해 작고 초라하게만 보이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감정은 아닐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