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헌법해석 기관 체면 중시/시효 무언급 정치권 주장 수용/법조계 “성공한 내란 가벌성 밝힌 것은 바람직” 환영헌법재판소의 5·18관련 헌법소원 종결선고로 5·18소원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없었던 일로 귀결됐다. 하지만 헌재는 반대의견제시를 통해 「성공한 내란의 가벌성여부」에 대한 당초의 결정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선고를 강행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헌재가 이같은 방식의 종결선언을 택한 것은 「최고의 헌법해석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고수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형식에 관계없이 핵심사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결정을 둘러싸고 그동안 공소시효문제만 집중 부각됐지만 핵심은 성공한 내란죄를 처벌할 수 있느냐 였다. 헌재는 이와 관련, 『건국이래 이 문제가 어떠한 국가기관에 의해서도 해명된 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전후과정을 떠나 성공한 내란의 가벌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헌재의 반대의견제시를 환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번 『전두환씨등의 내란행위가 국민적 심판을 받아 새로운 정권창출에 성공한 이상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반면 헌재는 4개월간의 평의끝에 지난달 23일 『내란죄에 대해서는 성공여부를 떠나 언제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내부결론을 확정했다. 하지만 다음날 김영삼 대통령이 5·18특별법제정을 발표하고 뒤이어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취지의 결정내용을 전해들은 청구인들이 『특별법제정이 난관에 부딪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를 취하, 선고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헌재내부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로 선고가 무산되는 사례는 헌재의 권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선고를 강행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사소송절차를 준용한다는 규정은 강제성이 없으며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취하여부에 관계없이 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리였다.
이같은 의견은 『선고를 강행할 경우 특별법 제정을 추진중인 정치권에 부담이 되는데다 선고의 효력을 놓고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밀려 소수견해가 됐다.
헌재는 절충안으로 선고는 종결시키면서도 「성공한 내란도 처벌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공개함으로써 역사바로잡기에 법리적 토대를 제공했다. 헌재의 위상과 체면이 살았음은 물론이다.
관심은 반대의견에서 밝힌 내용의 효력여부. 헌재관계자는 『주문에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효력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한 실질적인 영향력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반대의견에서 『성공한 내란의 가벌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소정의 인용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넘었다』고 밝힌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이 대목을 수사를 재기할 수 있는 「사정변경의 사유」로 삼을 수 있다.
헌재가 여러쟁점중 「성공한 내란의 가벌성여부」만을 밝힌 것은 결과적으로 공소시효의 부분을 빼달라는 정치권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헌재는 마지막 순간에 가서 궁여지책을 동원해 체면을 살렸으나 진정한 위상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견해가 많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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