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5·18헌법소원사건 종료선언이 있었다. 지금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역사적」이라는 수사와 함께 온통 5·18단죄와 청산에 쏠려 있는 만큼 헌재의 결정내용 또한 크게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을 보는 국민적 소회란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가 있겠다.먼저 법절차라는 형식논리로 따져볼 때 이번 종료선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측에서 스스로 소원을 취하, 원인무효가 된 마당이어서 일응 다른 선택의 여지란 별로 없었을 법하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정치이해나 국민관심도가 폭발적으로 얽혀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헌법기관의 실질적 판단을 비켜감으로써 오히려 시대적 흐름이나 국민합의가 이룩될 수 있게 하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뜻에서 이번 종료선언에 모두가 우선 안도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언 전후의 사정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헌법해석기관의 사법적 독립위상 유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무척 아쉬운 점도 많음을 부인키 어렵다.
왜냐하면 헌재의 이번 결정문제가 그동안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중요 원인중 하나는 헌재 스스로의 결정내용 사전누출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국민들로서는 헌재가 그런 잘못을 깨달으면서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결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를 했고, 그런 결단이란 바로 소원취하라는 형식논리에 구애받지 않은 독자적 결정일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사실 그런 결단과 고집에의 기대는 헌재가 엊그제 이미 끝난 사안으로 여겨진 결정의 선고를 갑자기 예고함으로써 한결 고조되었다. 아울러 서둘러 특별수사본부를 세워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물론 정치권마저 공소시효소멸 등 의외의 결정이 내릴까봐 긴장했던 게 사실이었다.
헌재가 이날 형식논리에 따른 종료선언을 일부러 하면서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이란 명분으로나마 검찰의 공소권없음 결정이 잘못된 것임과 객관적 헌법질서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헌재가 소취하에 관계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밝힌 것은 그런 기대와 위상재정립에 그만큼 고심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편법이 오히려 국민적 실망스러움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음을 쉽게 부인키 어렵다.
사법적 권위나 법질서는 정치권이나 국민 모두가 따르고 존중함으로써 유지되나 사법기관이나 법조인 스스로의 자세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우리는 이번 헌재의 결정과정을 통해 거듭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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