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보스니아 미래 “어쩌면” 수식어 곳곳유행/외부세계 이어주는 유일한 유엔수송기/들쭉날쭉 운항 빗대 「어쩌면 항공」 별명
『경축! 메이비 에어라인(Maybe Airline) 사라예보 취항』
폐허가 되다시피한 사라예보 공항 한쪽 구석에 각종 장애물로 은폐된 유엔기 탑승 체크인 룸에는 영어로 이런 글귀가 나붙어 있다. 『사라예보에 웬 민간 항공기』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사라예보를 외부세계와 이어주는 유일한 항공기인 유엔 특별수송기를 일컫는 말이다.
정식 영어 명칭은 유엔 플라이트(UN Flight). 운항 주체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다. 유엔 표지를 단 이 항공기는 사라예보를 기점으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와 스플리트,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의 안코나를 오가며 전세계에서 모인 구호품을 전달한다.
그러나 이 항공기는 자주 이용하는 UNHCR 병력과 전세계 기자들에게 「메이비 에어라인」(어쩌면 항공)으로 더욱 잘 통한다.
『어쩌면 출발이 연기될 지 모르고, 어쩌면 운항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 또 어쩌면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격추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항공기에 관한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탑승객들의 산 경험이 붙여준 이름이다.
메이비 에어라인에 관한 재미있는 글귀들이 더 있다.『아침은 사라예보, 점심은 자그레브,저녁은 집에서. 메이비 에어라인만의 환상의 서비스를 즐기십시오. 그러나 「메이비」를 잊지 마세요』『메이비 에어라인은 어느 항공사보다 값싸게 티켓을 판매합니다. 그러나 탑승여부는 「어쩌면」당신의 운에 달려 있는지 모릅니다』
그 이름을 입증하듯 사라예보를 운항하는 메이비 에어라인은 지난 12∼13일 폭설과 악천후로 연이틀 취소됐다. 14일 파리에서 조인된 평화협정으로 보스니아에 평화가 찾아 오면 어쩌면 앞으로는 메이비 에어라인의 취항이 필요없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평화정착이 늦어져 장기간 더 운항할 수도 있다. 평화는 왔지만 아직도 보스니아의 상황은 「메이비」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사라예보=이진희 특파원>사라예보=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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