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북 내부문제가 큰 변수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에 경수로공급협정 체결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는 일단 「후퇴할 수 없는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아야 할 것같다. 그러나 궤도에 올라섰다 해서 곧바로 「전진 상태」에 들어갔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그만큼 아직은 궤도상에 여러가지 변수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협상 타결에 따라 우선 미국의 2단계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와 북미간 상호연락사무소개설을 통한 양자간 관계개선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대북한 관계개선 속도는 동북아에 대한 자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을 어느정도 견제하고 있으나 북미관계가 크게 개선될 경우 힘의 균형추는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이지역에서 정치대국을 꿈꾸고 있는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가속도를 낼수 없는 것은 한국과의 관계는 물론 북한내부 문제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남북관계의 개선없이는 북미관계의 개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미국도 이에 동의를 표시해 왔다. 현재 우리정부는 지난해 대북 쌀원조 협상 실패와 최근 북한의 무장간첩남파사건등 북한의 변함없는 대남 적대자세때문에 대북 강경자세로 선회한 상태이고 이같은 경색된 남북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볼 때 미국은 한국의 입장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상호연락사무소 개설및 경제협력등의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은 경수로 협상 타결과 함께 2단계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취할 계획이었으나 우리정부는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고위전략회담에서 북한의 대남 자세에 변화가 없는한 성급한 추가 제재완화 조치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우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고 한국보다는 미국과의 대화에 그동안 초점을 맞춰 온만큼 이번 경수로협상의 타결을 계기로 더욱 미국에 대해 유화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배제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도 현재의 내부 사정이 김정일을 중심으로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나가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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