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물결 사라예보 카페마다 북적/클린턴 “1억불 즉각제공”·군축협상 18일 본서 열기로보스니아평화협정 조인식에서 서명을 마친 당사국들과 후원국 대표들은 이어 있은 연설에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조인돼 이 지역 주민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보스니아내전 관련자들은 경제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대통령도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약을 먹은 것같다』며 『보스니아평화협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이 협정이 20만명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난민을 양산한 전쟁 피해를 보상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구유고지역 분쟁은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이에 앞서 파리로 오는 비행기안에서 『보스니아 경제회복과 전쟁 피해복구를 돕기 위해 1억1,700만달러를 즉각 제공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6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니아 평화협정에 따라 군비축소협상이 오는 18일 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독일 외무부는 이 협상에서 내전 당사국들의 군축 지침이 마련되며 세부사항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주최로 빈에서 열리는 협상에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평화협정 공식 서명소식을 들은 사라예보 시민들은 한결같이 기쁨을 표시했다. 다시 문을 연 카페는 시민들로 붐볐고 평화협정 이후의 사라예보 앞날을 그리며 나누는 대화로 카페마다 활기찬 분위기가 넘쳐 흘렀다.
사라예보시 마샬 티토가 뒷골목의 서양식 카페 「마르티엥」에서 만난 회교도 네벤(32)은 『두달 전부터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이번 평화협정 서명을 계기로 「땅굴속 두더지」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사라예보는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도 좋을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전지역에 전기가 들어오고 신·구 시가지에 하루씩 번갈아가며 가스와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생필품가격도 크게 내렸다. 20도이치마르크(DM)에도 구하기 힘들던 감자 1㎏이 5DM으로 떨어졌고 설탕도 ㎏당 70DM에서 10DM수준으로 내렸다.
물론 사라예보 주민들의 주름살이 완전히 펴진 것은 아니다. 시내 곳곳에 배치된 무장군인의 모습도 그대로고 「스나이퍼(저격) 250앞」이라고 쓴 경고판도 여전하다. 국영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TV(TVBH)는 이제트 베고비치대통령이 군대를 사열하거나 지휘관들과 회의하는 모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내보내며 전쟁 재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파리평화협정서명으로 평화를 향한 징검다리가 놓였다는 분위기만은 시내 곳곳을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에서 쉽게 읽을 수 있다.<사라예보·파리=이진희·송태권 특파원>사라예보·파리=이진희·송태권>
◎평화이행군 규모·역할/나토 5만여명 파병 “유럽방패 새깃발”/러등 비나토도 1만참가… 중립지대 조성 협정이행 감시
14일 보스니아 평화협정 정식조인으로 냉전종식이후 최악의 내전이 3년여만에 종식됨과 동시에 46년 역사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명실상부한 「전유럽의 방패」로서 새출발하게 됐다.
평화협정에 따라 유엔 평화유지군을 대체, 구유고 지역의 평화착근을 돕게 될 「보스니아 평화이행군」은 18일부터 발칸지역에 쏟아져 들어간다. 「유럽 화약고」의 불을 끄고 평화의 밭을 갈기 위해 나토가 사상처음으로 역외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다.
「G―데이」(Go―Day)로 명명된 이날부터 한달동안 구유고에 파견될 평화이행군은 총 25개국 6만여명. 이중 5만명이상이 나토소속이어서 사실상 나토군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사라예보 투즐라 브르코 스플리트및 고르니예 바쿠프등 발칸지역 5개 거점에 진을 치고 평화 연착륙을 도모하게 된다. 나토는 이와 함께 보스니아를 4개 지역으로 분할, 북동부는 미군(2만), 남동부는 프랑스군(1만), 중서부는 영국군(1만3,000), 그리고 비하치가 포함된 서부는 나토 특별작전부대가 감시임무를 맡도록 했다.
평화이행군은 M1A1 에이브럼즈 탱크 150대와 아파치 헬기등 최신 중화기를 갖춘데다 미군이 주도함으로써 미군이 빠져있던 유엔 평화유지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
평화이행군은 앞으로 유럽지역 나토군 최고사령관인 조지 줄완 미장군의 지휘아래 회교·크로아티아계 지역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역을 가르는 길이 165, 폭 4 가량의 중립지대를 조성, 관장한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평화이행 감시회의를 개최, 영토와 자원등을 둘러싼 갈등을 예방·조정하면서 평화정착을 인도하게 된다.
평화이행군에 러시아를 비롯, 스웨덴 헝가리등 비나토국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나토의 위상은 한껏 높아 졌다. 그러나 이러한 다국적 편제가 효율성과 신뢰를 해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전기간에 세력을 넓혀온 보스니아내 강경파들이 평화파괴 공작을 감행, 평화이행업무가 위기를 맞으면 참여국들이 자중지란에 빠져 막강한 무장에도 불구하고 오합지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윤순환 기자>윤순환>
◎곳곳에 매설된 600만개 지뢰/평화이행군 직면 “최대의 적”
보스니아 평화 이행군이 직면하게 될 최대위험은 「보이지 않는 적」지뢰다. 보스니아 전지역에는 600만개 가량의 대인·대물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뢰탐지·제거는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요구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우선 간선도로에 매설된 지뢰는 탱크 앞부분에 장착된 롤러를 이용해 폭발시켜야 한다. 탱크가 전진하면 롤러의 하중에 의해 매설된 지뢰가 자동적으로 터지며 제거된다. 공항주변과 평원, 산악지역의 제거작업은 더욱 어렵다. 지뢰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돼있어 금속탐지기에 반응하지 않기때문에 일일이 탐침으로 확인하는 수작업을 해야한다.
보스니아에 매설된 지뢰는 엄청난 「정치적 폭발력」마저 지니고 있다. 지뢰에 희생되는 평화 이행군이 속출하면 각국의 철군여론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평화협정조인 의미·전망/「한지붕 두가족」 어색한 새출발/평화이행군 러참여 동서양측 “새협력장”/세계 극렬파 게릴라전등 혼란 가능성도
보스니아 평화협정이 14일 조인됨으로써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중의 하나였던 보스니아 내전은 종식의 전환점을 돌아섰다. 특히 그동안 보스니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세르비아공화국은 보스니아와 교차승인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평화협정 이행의 전도를 한층 밝게 해주고 있다.
3년7개월 동안 약 2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에서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회교도와 세르비아계는 이제 평화정착이란 어색한 공동목표를 갖고 새출발한다. 평화정착후 보스니아는 현재의 단일국가를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아주 느슨한 연방형태로 영토도 반반으로 나눠 가진 채 따로 군사를 보유하고 연방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각자 정부수반을 두는 「한지붕 두가족」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주축이 된 평화이행군 6만여명은 유엔평화유지군으로부터 모든 업무를 이양받아 전쟁에만 익숙해진 이 나라의 평화 이행을 감시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평화이행군은 러시아까지 포함, 냉전후 동서양측의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연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평화정착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프랑스가 경쟁적으로 평화정착을 주도하고 있고 또 전통적으로 세르비아와 유대가 깊은 러시아도 평화를 원하고 있다. 거기다 아직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대통령도 더 이상의 전쟁을 바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 조인이 곧바로 평화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난민처리문제, 참혹했던 「인종청소」와 전범처리등 과거청산문제, 특히 내부비준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영토분할문제등은 상황을 180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태풍의 눈」이다. 사라예보는 이번 협정에 따라 보스니아에 넘어가지만 현지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갈등의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또 소규모 게릴라전등으로 평화이행군중 일부가 희생되면 혼란이 조성될 가능성도 높다.
아무튼 이번의 평화협정조인은 역사적으로 세계의 화약고였던 발칸반도의 불씨를 일단 진화시켰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한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조상욱 기자>조상욱>
◎평화협정 주요내용
▲보스니아는 51%의 영토 주권을 갖는 회교―크로아티아연방과 나머지 49%를 통제하는 세르비아계 공화국 등 2개의 정치적 실체로 구성된다.
▲수도 사라예보는 회교-크로아티아 연방정부의 통제를 받는 개방도시로 한다.
▲세르비아계가 장악중인 동·서부 연결 육상로와 브르츠코시의 향후 지위는 1년안에 국제적인 중재에 의해 결정한다.
▲유엔군을 제외한 모든 외국병력은 협정 조인식 후 30일 이내에 철수한다.
▲합의된 휴전선 양쪽에 2의 분리지역을 둔다. 모든 중화기와 군대는 120일안에 각자의 원주둔지로 철수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휘를 받는 6만명의 평화이행군(IFOR)이 유엔 평화유지군과 교대, 평화협정 이행상태를 감시한다.
▲대선과 총선은 회교-크로아티아연방 중앙정부와 세르비아계 공화국의 민선 관직에 대한 승인이 끝난 뒤 6개월서 9개월 사이에 실시한다.
▲300여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의 귀향 및 재정착 업무는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UNHCR)이 관장하며 국제사법재판소에 기소된 전범들은 선출직 관직에 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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