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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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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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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의 핵심멤버인 이학봉씨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2·12의 진실은 박정희 전대통령이 살아 있다고 가정할 경우 정승화씨에게 상을 줄 것인가, 처벌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다른 핵심 허화평씨는 또 이렇게 말했다. 『김재규씨가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정승화씨와 12·12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죽은 김재규가 무슨 생각으로 박대통령 살해현장에 정승화씨를 불러들였는지, 국민이 미처 사태의 전후사정을 살필 겨를도 없이 신군부의 재판과 처형은 신속했다. ◆그러나 적어도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는 김의 주장은 그가 암살의 역사에 대해 이해가 없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라빈 이스라엘총리 암살후 뉴욕 타임스는 정치적 암살의 역사를 개관한 논평을 게재했다. 「암살은 그 정치적 목표에 명중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그 논평의 명제다. ◆브루투스는 로마의 공화정을 위해 시저를 죽였지만 시저의 사후 로마는 반대로 황제의 전제시대가 촉진됐다. 링컨 암살도 마찬가지다. 그의 죽음에 분노한 북부연방정부는 가혹한 군정으로 남부를 응징했다. 사다트 암살도 중동평화의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결국 화해했고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은 라빈총리 장례식에 참석해 눈물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재규의 박대통령 암살 역시 민주주의는 커녕 더 심한 군사통치에 길을 열어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야 어떻든 12·12를 촉발한 정승화미스터리는 김재규만이 그 진실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12·12쿠데타의 합법성을 확보할 필요가 절실했던 신군부는 이 때문에 김의 처형을 서둘렀을지 모른다. 진실을 암흑 속에 묻어 두자면 진실을 알고 있는 자의 죽음 외에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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