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속된 9,068명(장명수 칼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구속된 9,068명(장명수 칼럼)

입력
1995.12.15 00:00
0 0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지난 두달동안 2만9,770명의 학교주변 폭력배를 적발하고, 그중 9,068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9,000명 구속이라니, 그 끔찍한 숫자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폭력배」로 분류된 그들은 폭력에 시달리는 선량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앞길이 구만리같은 청소년들이다. 그들이 구속되어 학교주변이 당분간 조용해진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그들은 결국 전과자가 되어 우리곁에 올것이다.

경찰자료에 의하면 적발된 폭력배들은 고교생 25.1%, 중고교 퇴학생 23.2%, 중학생 20.9%, 기타 30.7%등이고 여학생이 전체의 18.9%였다. 구속자중에는 중고교 퇴학생이 43.4%로 가장 많았다. 폭력의 유형은 유흥비 마련을 위한 금품갈취 78.2%, 단순폭력 12.3%, 환각물질 흡입 6.8%, 성폭력 2.7%였다.

폭력이 일어난 장소는 학교주변 27.2%, 주택가 26.7%, 야외 16.5%, 교내 10%, 상가및 지하도 7.5%, 오락실및 만화가게 5%, 버스나 지하철안 3.7%였다. 서울 부산등 전국 13개도시의 중고교 학생 116만6,0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36%가 금품을 뺏기거나 폭행당한 일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쯤되면 학교폭력은 학생들에게 생활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크고작은 폭력으로 고통을 겪고, 협박에 못이겨 폭력서클에 가담하고, 시달리다 못해 자살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찰이 대대적으로 학교주변의 폭력배 검거에 나선것은 오히려 때늦은 것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대부분 보복이 두려워서 부모에게도, 교사에게도 알리지 못한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당연히 경찰이 나서야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폭력배들을 격리시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 경찰은 대대적인 폭력배 검거에 나섰고, 교육자들은 폭력추방을 결의하는등 갑자기 분주해졌는데, 그런 소나기식 대응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것이다. 구속된 청소년들이 풀려나면 결국 학교주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고, 청소년 폭력이 난무하게 된 학교환경이 달라지지 않는한 제2 제3의 폭력배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번 단속에서 『학교의 노력으로 잘 선도되고 있는 학생을 경찰이 수업중에 잡아갔다』는 교사들의 항의가 나왔던 것은 기계적인 일제단속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구속된 9,000여명은 어떤 과정을 거쳐 폭력배가 되었을까, 그들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선도할수 있을까, 청소년 폭력이 계속 늘어나는 요인은 무엇일까라는 과제들이 포함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