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교육과정개혁방안은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비키 위해 초·중등교육이 지향할 목표와 이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방안이 우리의 교육여건과 현실을 외면한 채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만을 추구했다는 데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같은 개혁방안이 현실에 맞지 않아 시행착오가 발생한다면 2세교육에 엄청난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개혁방안의 핵심적 내용중 하나는 학생개인의 창의력 극대화를 위해 교과목에 대한 선택을 대폭 확대, 고교에서는 교육당국이 30%, 학교가 20% 범위안에서 필수과목을 결정하고 나머지 50%를 학생이 적성과 능력에 따라 선택케 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이론상 아주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공부하기 수월한 교과목을 학생들이 편중선택하게 되는 폐단을 막을 길이 없다. 공부하기는 어렵지만 국가나 사회에 꼭 필요한 학과목이 있는데 성장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그러한 교과목을 기피하게 된다면 그 분야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이 때문에 미국 유럽 등 교육선진국들이 이제는 오히려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의 주요개혁방안인 무학년제의 수준별 능력수업제 또한 우리의 낙후한 교육여건 아래서는 전반적으로 시행키 곤란한 제도다. 수준별 능력수업제는 현행 학년과 학급별 교육과정운영을 교과별 교실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려면 우선 학급당 학생수를 30명 이하로 줄여야 하고 교사의 수업지도 능력의 차별화와 다양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한 필요충분조건도 갖추지 않은 채 수준별 능력수업제를 시도한다는 것은 너무나 현실을 외면한 이상추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처럼 지나치게 거창한 구상은 그만두고 오히려 능력별 이동수업을 하는 단계적 개선노력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교육과정운영방안은 크게 나눠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학교와 교사가 자율·창의적으로 운영하는 단계가 그중 하나다. 교육선진국이 택한 제도다. 다른 유형은 국가가 운영의 세부기준을 제시, 학교와 교사가 그것에 준해 교육과정을 운영케 하는 방안이다. 우리는 후자의 단계에 있다.
우리가 선진국들이 하고 있는 자율·창의적 단계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욕 자체는 나무랄 수 없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시행방안부터 제시하고 나선 것은 선후가 뒤바뀐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교육과정개혁은 교육의 현실여건을 감안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이 하는 제도라고 무턱대고 모방했다가는 2세 교육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교개위의 개혁팀은 그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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