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영업수지가 증권시장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 같다. 금융업이 단순한 대금업에서 머물지 않고 주식·채권의 발행대행, 매매, 외환거래, 디라이버티브(금융파생상품)의 창안·매매 등 증권업으로 다양하게 확대돼 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들은 아직까지는 예금·대출 등 금융의 소매와 관련금융 상품의 매매가 본업이고 주식·공채 등의 매매는 부업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손익계산서가 점차로 증시의 시황에 의해 강력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은행경영의 취약성을 높여 주는 것 같아 불안하다.금융계에 따르면 증시의 현장세에 큰 변화가 없는 한 대형시중은행들은 대부분 주식평가손이 1천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대 시중은행이 확정이자를 약속한 신탁예금을 자금으로 매입한 주식투자액만도 지난 11월말 현재 3조6천4백억원. 그런데 증시의 침체로 이에 따른 주식평가손만도 약 5천4백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올해 금리자유화 확대에 따른 예금유치경쟁으로 예금금리를 높여 자금의 원가가 높아진데다가 대출금리는 대기업들의 자금수요감소로 오히려 인하되어 돈장사에서의 수익도 예상보다 높지 못한 형편이다.
은행들은 유가증권 평가손의 부담을 다소 덜어보기 위해 은행감독원에 현행 1백%로 돼 있는 유가증권평가손충당금비율을 50%등으로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경영의 건실화와 예금자의 보호를 위해서 낮춰서는 곤란한 것이다. 이 비율이 현행 규정대로 집행되는 경우 은행들은 대부분 적자가 되고 따라서 배당 실현도 불가능, 은행의 공신력은 그 만큼 실추하게 된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렇지 않아도 외국은행들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 있다. 한 미국 경영전문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시중은행 15개, 지방은행 10개 등 모두 25개의 국내은행들은 인구 및 GNP(총국민생산액)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포화상태에 있다. 은행지점당 인구수를 보면 대만 4만8천명, 일본 2만5천명, 미국 1만명에 비해 한국은 4천명으로 나타나 있다. 자기자본이익률(91∼94년)도 연 6%로 홍콩(23%), 대만(12%), 싱가포르(11%) 등 같은 아시아 신흥공업국들에 비해 극히 낮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규모도 작고 난립돼 있는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은 상품시장보다 훨씬 빠르게 열리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은행들도 통·폐합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통·폐합붐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은행들은 아직 근본적인 경영혁신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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