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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1억고료 장편소설 당선작 채길순의 「흰옷 이야기」

입력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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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작가가 새로 태어났다. 한국일보사는 갈수록 여성화, 경량화, 왜소화하는 한국문단에 힘찬 남성의 문학, 장대한 서사구조의 정통소설을 내보낸다. 채길순의 「흰 옷 이야기」는 문학의 향기를 전하면서 우리 소설의 위엄과 미학을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작품줄거리, 작가의 당선소감, 심사평 등을 함께 싣는다.<편집자주> ◎작품 줄거리/동학혁명서 6·25까지 민중수난/사내 종과 도망친 청상서 시작된 고난은/대대로 기구한 운명으로 이어지고/마지막대 여옥은 월북후 남파되는데…

▷서장 양반과 종◁

임자년(1852년), 개화된 양반 조모는 며느리 정씨가 시집온지 얼마 안돼 청상이 되자 사내종 노미와 함께 짝을 지어 밤도망을 놓아 보낸다. 뒷날 그는 며느리가 종의 신분이 되어 사는 것을 알고 면천시켜 주지만 정씨의 딸 작은년이는 이미 팔려간 뒤였다. 작은년이는 주막으로 팔려갔다가 도망종 신세가 된 동학도인 욱면을 따라서 경기도땅으로 숨어들었으나 양반인 수원 홍감사에게 되잡혀 새로 종살이를 하게 된다. 작은년이는 만삭의 몸이 됐을 때 양반의 횡포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충주 홍윤의 도움으로 살아나 막금이를 낳는다.

▷제1부 막금이◁

작은년이네 식구는 청주 민참의댁 조전비로 들어가는 길에 괴산장터에 이르러 양반에게 화를 당한다. 이때 손병희와 미륵이가 나서서 화를 모면하게 되고 이를 인연으로 막금이의 언니 웃금이와 미륵이는 장래를 약속하는 사이가 된다. 그뒤 수원 홍감사가 찾아와 막금이의 오빠 갑이와 웃금이를 데려가려 하자 갑이는 밤도망을 치다가 붙잡혀 장터에서 효수된다. 웃금이는 씨받이신세가 된다. 갑오년 정월, 조선팔도 곳곳에서 동학군이 일어나고 미륵이는 동학군대장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진다. 웃금이는 집에 돌아왔다가 미륵이가 떠났다는 소식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남매를 잃은 욱면은 다시 동학도인이 되어 집을 나가 그해 초겨울 김개남과 함께 청주성을 함락시키고 서울을 향하는 길목을 트려 하다가 사흘싸움끝에 잡혀 죽는다. 남편이 처형된다는 소식에 작은년이는 막금이를 양반의 윗방에 들여보낸뒤 도망을 치지만 이내 붙잡혀 처형된다. 가족이 모두 죽어 버린뒤 홀로 된 막금이는 주막에서 평양사내인 동학도인 김영득을 우연히 만나 평양으로 따라가 혼례를 올리고 잠시 행복한 삶을 살게 되지만 남편마저 평양부근에서 주둔한 왜군을 치다가 패해 죽는다. 그뒤 함흥으로 옮겨간 막금이는 김영득의 씨 똥칠개를 낳는다. 최시형의 주선으로 최시형을 따라다니던 미륵이와 성례를 한 막금이는 월악산으로 들어가 동학전쟁때 불탄 집을 일으켜 세우고 밭을 일구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제2부 똥칠개◁

미륵이는 월악산에 숨어 살면서 항일의병활동을 계속한다. 막금이는 남편 미륵이에게 양식을 나르다가 왜의 첩자인 임씨동이에게 욕을 당하게 되고 미륵이마저 임씨동이의 밀고로 붙잡혀 죽게 된다. 다시 과부가 된 막금이는 여러 사내가 추근거리자 동희(똥칠개의 바꾼 이름)등 어린 것들을 데리고 기구하게도 임씨동이의 첩으로 들어가 살아간다. 동희는 의병의 아들 김두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임씨동이의 계략에 말려 왜주임 다나카의 첩으로 들어간다. 임씨동이는 그 대가로 서울로 옮겨가고, 다시 버림받은 막금이는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임씨동이를 따라 서울에서 살게 된 동희도 다나카에게 버림받고, 사회주의자가 된 김두호와 살면서 저주의 씨인 다나카의 아들 한천이를 낳는다. 한천이를 죽여 버리려 하다가 차마 실행하지 못한 동희는 김두호를 따라 본격적인 공산주의활동을 하면서 두 딸 곰배와 여옥을 낳는다. 동희는 어머니가 두 동생 채희와 장수를 데리고 평양 버들골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던 중 당에서 두호에게 모스크바대학에 유학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모스크바로 그를 찾아간 동희는 공산주의운동에 발을 디디게 된다. 그뒤 평양경찰서 형사가 된 의부 임씨동이에게 붙잡혀 기나긴 옥살이를 하는 동안 어머니 막금이는 죽고, 채희는 정신대로 보내지고 장수는 임씨동이처럼 친일에 앞장선다.

▷제3부 여옥이◁

1945년 여옥이네 식구는 아버지 두호가 서울로 들어가라는 당의 지령을 받는 바람에 평양 버들골에서 서울로 이사한다. 어머니 동희는 한천이를 일본에 있는 생부 다나카에게 보내고, 여옥과 곰배를 기숙사에 넣은뒤 두호를 따라 공산주의활동을 계속한다. 남로당 체포령이 떨어지자 어머니와 아버지는 지하로 잠적한다. 여옥은 박창남이라는 의전학생과 사랑에 빠지지만 친일분자가 판을 치고, 곰배가 기관에 끌려가 고문치사당하자 좌우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땅의 모순된 현실에 회의를 갖게 된다. 서울에 홀로 남은 여옥은 박창남의 배려로 미군정청에 들어가 윌리엄을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박창남이나 윌리엄 누구와도 사랑할 수 없음을 깨닫고 부모를 따라 몰래 월북하게 된다. 여옥은 이어 평양의 중앙당 사무실에서 소련군 장교와 결혼한다. 그러나 여옥은 이미 박창남의 아이를 갖고 있었다.

당으로부터 첩보업무를 띠고 6·25직전 남파되지만 6·25가 세계이념의 대리전이 된 사실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때까지 윌리엄은 변함없이 여옥을 사랑하지만 여옥은 사랑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본격적 첩보업무가 시작된후 여옥은 낙동강전선을 넘어 후방으로 침투하라는 당의 지령을 어긴다. 패주하는 차에 타고 월악산으로 가던 여옥은 인민군 틈에 끼어 후퇴하는 부모를 만났으나 부모는 청년단원에게 체포돼 월악산 부근 장터에서 처형된다. 미군정청 신분 덕분에 살아남은 여옥은 윌리엄을 다시 만난다. 이듬해 봄 여옥은 1·4후퇴때 피란을 갔다가 돌아와 박창남의 아이인 딸을 낳는다. 박창남의 누나 박창신의 주선으로 여옥은 윌리엄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윌리엄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날 밤, 흰 옷으로 갈아 입은 여옥은 북의 공작원일 때 지니고 있던 독침을 입에 문채 잠이 든다.

◎심사경위/장편소설 공모사상 최다 81편 접수/광복50주년 의미 걸맞는 소재많아

한국일보사가 지난 9월30일 마감한 1억원고료 장편소설 공모에는 신문 장편소설 공모사상 가장 많은 81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당선작은 2개월여에 걸친 예·본심을 통해 결정됐다.

응모작 중에서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8편. 모두 한 가지 이상 눈에 띄는 장점을 지닌 작품들이면서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대체로 광복 50주년이라는 올해의 의미에 걸맞게 민족의 삶과 역사를 다룬 것들이 많았고 고통스러웠던 80년대, 지식인사회의 문제를 깊이 천착하거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의 문제등을 다룬 것도 있었다. 당선작 발표가 예정보다 늦어진 것은 2,000장이 훨씬 넘는 원고량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작품수준 때문이었다.

심사과정에서는 과감한 생략법과 역사의 뒤편에서 몇 겹의 고통을 안고 살았던 하층민 여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흰옷이야기」의 새로운 시각이 장점으로 평가됐다.

◇본심진출작 (8편)

△연북정의 봄(김영식)

△그날, 막차는 오지 않았다(조완선)

△흰 옷이야기(채길순)

△지식행상인들(장윤수)

△당신의 우상(김희저)

△밤을 건너는 연가(이철우)

△구멍과 그림자(이효순)

△풀의 꽃(이상기)

◇심사위원

△예심=박영한(소설가) 이경자(〃) 정과리(평론가)

△본심=박완서(소설가) 김윤식(평론가) 김원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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