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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 「데스페라도」(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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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 「데스페라도」(영화평)

입력
199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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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데뷔작 맥 못이은 “졸작”/문화적 갈등·킬러의 고뇌 실종된 단순 액션물「데스페라도」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전작 「엘 마리아치」의 성공은 눈부셨다. 텍사스 오스틴대학 영화과 재학중 단돈 7,000달러(한화 약525만원)를 갖고 만든 영화가 비평가들의 경탄속에 미 전역에 개봉되고, 콜럼비아영화사로부터 연출제의까지 받아냈던 것이다.

그후 미국의 히스패닉 관객들과 젊은이들이 「엘 마리아치」를 이을 다음 영화에 거는 기대는 특별했다. 히스패닉 대중영화 특유의 과장된 희화성과 거친 남성성을 강조하는 마초(Macho)적 기질, 소란한 에로티시즘에다 미국과 홍콩의 액션영화의 관행들을 섞은 「엘 마리아치」에는 문화적 갈등의 흔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전자음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방랑가객 마리아치의 뒤바뀐 운명과 고행은 크게 보아 미국과 멕시코 민속문화의 대결로도 읽힐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엘 마리아치」를 단순한 액션 영화에서 비켜나갈 수 있게 해준 장치였다. 그러나 「데스페라도」는 실망스럽다. 쉴새없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과 액션이 연출되지만 지루해 가끔 시계를 보게 된다. 반쯤 지나면 『재미있는 액션영화』라는 설득에 넘어가 극장에 앉아있게 된 동행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문화적 갈등도, 전문킬러의 고뇌도, 복수의 허망함도 없다. 다만 이미 홍콩영화와 「펄프 픽션」등에서 익숙해진 장면, 즉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눈 두명의 킬러라는 막다른 상황의 연출이 있을 뿐이다.

「엘 마리아치」의 후속편으로 설계된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마리아치는 여전히 기타 케이스에 무기를 담고 자신의 연인을 죽인 마약 갱 두목 부초를 찾아나선다. 이제 마리아치의 명성은 전설처럼 떠돌고 부초는 살인부대를 급파한다. 마리아치와 부초가 정면대결을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이 크게 놀라도록 예정되어 있었던 듯 싶다.

그러나 이 쇼크장치는 설득력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나마 영화가 쌓아 올렸던 마지막 복수에 대한 기대감마저 앗아간다.

「엘 마리아치」와 「데스페라도」만큼 『넉넉한 자본과 안정적인 배급망이 작품의 질을 반드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드러내는 연작도 흔치 않을 것이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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