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12일 뉴욕에서 경수로협상을 완전 타결함으로써 북한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북한은 그동안 무리한 요구를 추가로 제시하며 억지를 부리는 통에 협상을 지연시켜 오다가 결국 송배전 시설과 핵연료공장 비용을 그들이 부담하겠다고 물러섬으로써 타결을 보게 된 것이다.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10월 제네바협상에서 북핵동결 대가로 경수로 제공을 합의한 지 1년여만에 구체적인 결실을 맺은 셈이다. 북한이 핵사찰 거부에 이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로 국제사회에 핵카드를 던진 시점(93년 3월)에서 본다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위한 숨가쁜 줄다리기 협상이 2년9개월 만에 비로소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로써 KEDO의 집행 이사국인 한국 미국 일본과 북한은 각기 본국의 승인 절차가 끝나는 대로 곧 공식 서명할 것이며 협정체결 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시 및 특별사찰이 재개됨으로써 북핵 동결조치가 실천에 옮겨지게 된다. 이런 진전은 북한의 핵 불장난을 사전 봉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선 다행이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그만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안보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공사 관련자들이 북한에 들어감으로써 고립에서 개방으로 북한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평화유지 대가로 KEDO는 40억∼50억달러를 부담하게 되었고, 그중 60∼70%는 한국이 내게 됨에 따라 30억달러 안팎의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한국측에서 볼 때는 비용뿐 아니라 역할도 한국이 주도하게 되어 한때 일었던 한국 소외시비 논란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을 사는 일이 중요한 국내 절차과제로 남게 되었다. 경수로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도 필요할 것이고 자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이냐는 방법에서도 충분한 토의를 거쳐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번 대북 쌀제공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들이 있었듯이 앞으로의 대북 정책추진에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정부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밀실정책이니 깜짝 쇼는 이제 국민의 거부반응만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한에도 할 말이 있다. 이번 경수로 협상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어떤 형식이든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데 남한을 제외시키겠다는 생각은 이제 거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제발 남한에 대한 원색적 비방은 이제 그만 둘 때가 지났다. 그대신 남북대화에 나오는 채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경수로 공급까지 받으면서 과거의 작태를 계속 되풀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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