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고속행진 계속·내수는 허덕허덕/소비 불균형심화·중기입지 더 좁아져내년 경제도 「느낌없는 경기」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내실도 다져졌다고는 하는데 대다수 경제주체들의 피부엔 그 수치만큼의 감각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질화한 양극화속에 넓어질대로 넓어진 이 지표―체감의 경기간극은 내년에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발표를 통해 내년 실질성장률이 7.5%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금년 성장률이 너무 높아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경기 수축기임에도 여전히 잠재성장률(7∼7.5%)을 웃도는, 지금까지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고공의 경기하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문제는 7.5%의 구성에 있다. 내년 성장의 관건은 정부도 인정하듯 수출이다. 연구기관들은 내년 수출신장률이 금년(30%대)보다 크게 꺾이겠지만 두자리수의 고속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반도체 철강 자동차등 수출주력업종의 세계적 수요를 감안하면 어려운 목표는 아닌듯 싶다.
반면 내수경기는 극심한 위축이 예상된다. 2년 연속 20%안팎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경기를 주도했던 설비투자는 내년 7∼9%로, 금년 소폭 회복세(9%내외)를 보였던 건설투자도 내년엔 다시 7%대로 가라앉을 것이 확실시된다. 그나마 수출호조라 해도 그 견인력은 일부 중화학업종에서만 분출되고 설비·건설투자 역시 대형업체의 독주로 겨우 경제성장률수준을 유지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수출경기와 내수경기의 극명한 대조는 곧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의미한다. 자본·기술집약형 중화학공업의 수출호조는 부가가치의 파이는 크게 해도 그 결실이 국민경제 구석구석에 파급되기는 힘들다. 국내에서 안정적 고용을 촉진하고 소득증대를 유발하는 것은 역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등 내수부문의 몫이 크다.
따라서 「수출만의 호조」는 성장률, 즉 지표경기는 개선시켜도 체감경기의 호조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KDI에 의하면 ▲전체 제조업근로자 470만명중 중화학공업 종사자는 270만명 ▲건설업 종사자 180만명중 종합건설업체 취업자는 30만명 ▲서비스업 종사자 1,250만명중 대형업체직원은 400만명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비농업부문 취업자 1,700만여명중 「호황체감계층」은 넓게 잡아 700만명을 넘지 못하고 나머지 1,000만명 이상은 지표경기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지금의 체감경기는 90년 호황때에 비해 25∼3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수출위주의 차별성장은 소득분배의 차별화, 결국 소비의 불균형도 심화시킨다. 내년 민간소비증가율은 약 7%대로 생산·투자둔화보다 폭이 완만하겠지만 「소비가 생산을 촉진하는 힘」은 약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나마 수입개방확대로 생활제품 소비시장을 값싼 외제품이 잠식, 내수위주의 중소기업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과거 거품경제에서 경험했듯이 수출이 허덕이고 내수만 불붙는다면 역시 건강한 경제는 아니다. 그러나 정반대상황도 비정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7.5%의 성장지표로 연착륙을 달성한다 해도 체감적으론 경착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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