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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청산 국민 동참 호소/김 대통령 담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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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청산 국민 동참 호소/김 대통령 담화 의미

입력
199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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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세력·정국불안 잠재우기/입장변화­당위성 진의 설득도김영삼 대통령이 12일 12·12사태 발생 16년을 맞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의 진의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수 있다. 지난달 24일 5·18특별법을 제정, 책임자처벌을 지시하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여론도 처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또 5공 주체세력이 역사 바로세우기에 대한 강한 반발과 함께 현정권에 도전하는 이념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다시한번 김대통령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선 것같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이 너무 독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국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역사 바로세우기의 당위를 설명하면서 국민의 동참을 구하는 뜻도 담겨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12·12및 5·18문제에 관해 통치권자의 입장이 달라진 것에 대한 대국민설득이라고 보아야 한다. 김대통령도 이날 담화에서 밝혔듯이 취임이후 지난달 5·18특별법제정지시가 있기까지 과거사문제에 관해서는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김대통령이 12·12에 대해서는 군사쿠데타적 사건, 5·18에 대해서는 민주화운동이라고 역사적 재평가를 내리기는 했지만 그 책임자의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때문에 김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처럼 보이면서 역사 바로세우기의 대의보다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의심이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자신의 입장이 바뀌게 된 계기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부정축재 사건이라고 밝혔다. 당초 노씨의 비자금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할 때만 해도 김대통령은 축재의 규모가 천억원대를 넘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고 급기야 노씨가 구속됨에 따라 12·12 및 5·18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게 측근들의 말이다.

김대통령의 담화는 또 5·18특별법의 제정을 놓고 갑론을박만을 거듭하는 정치권에 대한 촉구의 뜻도 담겨있다. 현실적으로 전두환 전대통령에 대한 기소만기일이 오는 22일임을 감안할 때 국회에서 이번주중 특별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검찰수사가 전·노씨에만 국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특별검사제의 도입은 5·18진상규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인데 그것때문에 특별법의 제정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측은 『특별검사제라는 것은 대통령이 수사할 의지가 없을 때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 대통령이 앞장서서 진상규명을 독려하고 있는데 오히려 특검제 운운하며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정기국회 회기내에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임을 밝혔다.<신재민 기자>

◎김 대통령 12·12담화<요지>

오늘은 우리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긴 12·12사태가 발생한지 열 여섯해가 되는 날입니다. 이 치욕의 날을 맞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우리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저의 비장한 각오와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는 30여년의 긴 세월 동안 군사독재의 억압아래 고통과 슬픔과 좌절의 시대를 살아야 했습니다. 저 자신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박해를 받았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모와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우리 국민은 마침내 민주주의를 쟁취했으며 문민정부 수립과 함께 어둠의 시대는 종식되었습니다. 저는 대통령취임이후 지난 시대의 어두움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고자 국민 여러분에게 호소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당연히 국민과 역사앞에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반성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나라에 정의와 법이 살아 있음을 분명히 하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이루기 위해 이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난 어두운 시대가 남긴 국민적인 아픔과 상처도 보다 근원적으로 치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21세기 신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그리고 민족정기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국가로 떠오르느냐, 아니면 세계사의 뒤편으로 떨어지느냐는 바로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통령인 제가 그 전면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이 과업이 완수되려면 국민 여러분이 다 함께 나서 주셔야 합니다. 남은 임기동안 그 어떤 도전이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모든 것을 바치려는 저의 충정을 온 국민이 이해하고 성원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정의와 법이 총칼보다 더 강한 것임을 후손들의 의식에 새기도록 해야 합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는 철리를 그들의 자산으로 삼게 해야합니다.

오늘의 이 명예혁명에 온 국민이 나선다는 것은 바로 우리 나라의 자랑이며 우리 민족의 긍지입니다. 역사가 이 시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역사의 대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역사 바로세우기」의 위업에 다 함께 나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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