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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조사에도 입 다무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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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조사에도 입 다무나(사설)

입력
199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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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 전대통령이 12일 검찰의 방문조사에서도 여전히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다. 한때 국정을 책임졌던 몸으로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오늘의 시대적 흐름과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려는 국민적 열망을 어떻게 계속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인가.사실상 방문조사를 포기한 검찰은 공판전 증인심문절차를 밟을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러다간 두 전직대통령의 구속도 모자라 나머지 한분 마저 공권력에 의해 증인으로 강제구인되는 또다른 부끄러운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를 지경이다.

이날도 최씨는 자택을 방문한 두명의 검사에게 『12·12와 5·18사건의 전개과정이 대통령 재직시의 통치행위와 직접 연관돼 있고 나쁜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다』며 참고인 진술을 끝내 거부했다고 한다. 그동안 최씨는 같은 이유로 5공청문회와 검찰의 과거 첫 조사를 거부해 왔을 뿐 아니라 이번의 역사적 5·6공 청산과정에서도 검찰소환에 불응하며 입을 닫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너무나 달라졌다. 잃어버린 역사와 감춰진 진실찾기의 도도한 시대적 흐름은 두 전직대통령을 한꺼번에 구속하기에 이를 정도로 당당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온 국민의 공분속에 군사반란과 내란혐의 뿐 아니라 천문학적 뇌물수수로 나라기강과 체면을 훼손해 온 행위를 역사의 이름으로 본격 단죄하는 마당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그같은 「선례」나 대통령 권위유지가 더이상 입다물기의 명분으로 통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이러한 최전대통령의 자세는 결과적으로 역사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어서 대통령의 권위를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국민의 소리다. 그래선지 최씨댁 밖에서는 최근 검찰 증언을 촉구하는 시위가 쉴새없이 펼쳐졌다고 한다. 한 5·18단체에서는 잇단 증언거부에 분개, 신군부내란을 방조한 혐의로 고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신군부집단의 반역사적 범죄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헌정사에 바람직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거리의 외침을 최씨는 과연 듣고 있는지 묻고 싶다.

돌이켜보면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시켜 단죄하는데 있어서 또다른 전직대통령 최씨가 결정적 증인이라는 사실 자체부터가 너무나 가슴 아픈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뛰어넘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면 최씨는 국민과 공권력앞에 보다 겸허해야 한다. 일찍이 절대군주도 사관의 붓끝을 어쩌지 못한 우리나라인데, 끝내 입을 닫아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최씨의 겸허하고 솔직한 증언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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