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일이관지」란 말이 있다.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꿴다는 뜻이다. 최근 5·18문제에 대한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접근방식을 보면서 그가 즐겨읽는 고전에 있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김총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법치주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했다. 그는 다른 3당이 추진하는 5·18특별법제정과 관련, 『공소시효연장등 소급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위헌적 법률의 제정을 반대한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그는 12·12, 5·18등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규정할지는 법이 할 일』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어 전두환씨가 「5공정통성수호」를 주장하며 단식하는 것에도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며 판단을 중지했다. 이같은 그의 태도는 두 전직대통령의 분명한 탈법행위에 대해서 그의 「법치주의」잣대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의심케한다.
5·18이후 87년 6월 항쟁이전까지 암울했던 시절에 신군부의 잘못을 지적한 적이 거의 없었던 김총재는 61년에 박정희 육군소장과 함께 5·16쿠데타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당시 장면정권하의 혼란상황에서 거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반드시 그 수단은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현정부의 통치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또 5·16군부세력은 61년 소급입법 논란에도 불구, 이승만 정권때 축재한 기업인등을 처벌하기위한 「부정축재처리법」을 제정한 적이 있다.
김총재가 요즘 자주 입에 올리는 「법의 지배」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모든 문제에 한개의 잣대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자민련이 『수구의 본당이고 쿠데타의 원조』라는 타정파의 공격을 비켜가면서 「건전한 보수」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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