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어야” 여론 등에 업고 강행/의중확인후 설득 「담판」 성격도검찰은 12일 고심끝에 김상희 주임검사 등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최규하 전대통령의 자택으로 보내 방문조사를 시도했다. 수사팀은 그러나 신문내용을 담은 두툼한 서류봉투를 열어 보지도 못한채 되돌아 와야만 했다. 물론 충분히 예견했던 바다. 검찰이 사전조율이 완벽히 되지않은 상태에 최전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를 감행한 것은 수사관행상 이례적인 일이다. 최전대통령의 수사에 대한 비협조를 겨냥한 「시위성」행동으로 까지 비쳐진다.
검찰은 여러이유 때문에 최전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를 강행했다. 검찰은 우선 최전대통령에 대한 수사의지가 확고함을 천명 했다.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최전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검찰은 측근들과 조사방법을 놓고 상당한 줄다리기를 했다.검찰은 이 과정에서 상황이 변하고 있음을 들어 조사에 응해줄것을 간곡히 권유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을 구속하는등 굴절된 역사를 바로잡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입」을 열 때가 됐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최씨측은「재직시 일어났던 일을 얘기하는 것은 헌정사에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긴다」는 지난번 태도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수뇌부들의 회의를 거쳐 강제조사 절차를 밟을수 밖에 없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소환장발부―방문조사―공판기일전 증인신문 청구」등이 그것이다. 지난 8일의 소환장발부도 이같은 수순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현행법상 가용수단을 총동원,「수사의지가 없다」는 비난의 소지를 없애려 하고 있다.
방문조사는 최전대통령의 의중을 여과없이 확인하고, 설득하자는 일종의 「담판」성격도 띠고 있다. 검찰은 최전대통령의 비서관이나 법률고문을 통해 간접적인 대화를 해 왔다. 정승화 전육참총장은 최근 『1차 고소당시 최전대통령이 12·12 당시 상황을 검찰에 진술하려 했으나 전두환씨의 측근들이 입을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전대통령이 신군부측에 약점을 잡혀 있다는 얘기도 있다.이와관련해 시중에서는 최전대통령의 조사거부를 둘러싸고 좋지않은 여러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검찰의 방문조사강행에는 이같은 여론을 배경으로 최전대통령에게 마지막 담판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최전대통령은 79년12월6일 제10대 대통령에 선출된뒤 이듬해 8월16일 하야하기까지 전씨등의 행위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위치에 있었다. 12·12당시 정총장의 강제연행을 사후재가했고, 현역군인이었던 전보안사령관을 중앙정보부장서리에 임명했으며, 5·17 비상계엄전국확대와 초법적인 국보위 설치를 승인했다. 게다가 80년6월 「81년6월말까지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특별담화를 발표한지 두달만에 대통령직을 그만두었다. 이 과정이 자세히 밝혀져야만 한다.
그러나 검찰의「최전대통령 입열기 작전」은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 법원에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을 청구, 법정에 세울 수는 있지만 함구할 경우 방법이 없다.
검찰은 수사를 전씨기소전에 마무리 짓겠다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지만 최대암초는 최전대통령의 「입」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최 전 대통령 방문조사 안팎/1시간 20분 평행선 대화/검찰,자택앞 부속실 먼저들러 깍듯한 예우 표시/시간 길어지자 한때 “심경변화 진술하나” 추측도
○…12일 하오 4시25분에 최규하 전대통령 서교동자택에 도착, 비서진의 안내를 받아 방문조사를 위해 집안으로 들어갔던 김상희 부장검사와 이문호 검사는 1시간20분만인 하오 5시42분에 자택을 나오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곧바로 타고온 검은색 캐피탈승용차에 올라 방문조사성과가 별로 없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김부장은 『최전대통령과 대화는 했으나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최전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했음을 알렸다. 김부장검사는 1층 서재에서 최전대통령을 만나 12·12조사에 응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으나 최전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임당시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장의 방문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최전대통령이 심경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한때 나돌기도 했다.
○…최전대통령자택에 도착한 김부장일행은 질문서로 보이는 두툼한 하늘색 대형 서류봉투를 들고 몰려든 보도진 70여명의 질문공세를 받았다. 이들은 최전대통령 자택앞에서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취재중인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준뒤 최흥순 비서관 등의 안내에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자택 앞 부속실에 먼저 들러 조사차 방문했음을 알리는등 최전대통령에게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했다.
○…검찰이 최전대통령에 대한 방문조사방침을 밝힌 것은 이날 상오 11시께.최환 서울지검장은 청사복도에서 마주친 기자들이 최전대통령 방문조사여부를 묻자 『하오에 검사를 보낸다. 시간은 추후 알려주겠다』고 방문조사를 공식 확인했다.
최지검장과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인 이종찬 3차장, 김상희 부장검사등은 이날 상오부터 구수회의를 잇따라 갖고 질문내용등을 최종 검토했다.
○…검찰의 최전대통령에 대한 전격 방문조사가 알려지자 검찰 주변에서는 최전대통령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게 될지 여부를 놓고 기대와 회의가 교차했다.
지난해 12·12사건 수사를 맡았던 한 검사는 『최전대통령에게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그분도 더 이상 침묵하는 게 공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증언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고집스레 검찰 조사에 불응했던 최전대통령이 검찰의 반강제적인 방문조사에서 전두환 전대통령등 신군부의 반란 및 내란죄 입증을 위한 결정적 진술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라는 회의적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최전대통령을 방문한 김부장은 10일동안 전직대통령 3명을 조사 또는 방문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김부장은 수사본부가 발족한 다음날인 2일 노태우 전대통령을 12·12사건과 관련해 서울구치소로 방문, 조사했으며 전두환 전대통령이 구속된 안양교도소에서 3일 전씨를 방문조사했다.
김부장은 이같은 진기록에 대해 『좋은 기록도 아닌데…』라며 말문을 흐렸다.<이영섭·이현주 기자>이영섭·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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