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정국과 5·18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이 와중에서 야 3당은 내부적으로 공조와 분열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드는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가깝게는 내년 총선, 멀게는 내후년 대선을 의식한 행보에 분주하다. 특히 11일 김종필자민련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 수뇌부의 대화를 촉구하자 국민회의는 5자회담제의의 연장선상에서 적극 반긴 반면 민주당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만큼 야권내의 사정과 각당의 계산이 복잡함을 반증한 것이다. 야3당 수뇌부의 대화제의 배경과 득실저울질, 정국복안을 정리해 본다.◎자민련 JP회견 의미/“보수깃발로 위상굳히기” 전략/여이탈 일부세력 끌어안기 시도도
비자금 및 5·18정국에서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왔던 김종필자민련총재가 11일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총재는 이날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정치회복과 시국수습을 위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그의 이날 회견은 정치지도자회담 제의와 소급입법 성격의 5·18특별법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는 시국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간 또는 야당간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정치지도자들과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5자회담을 제의한 데 이어 그가 이와 같은 방식의 여야대화를 제의한 것도 현정국상황을 정치적으로 조기매듭하자는 의미가 함축돼 있는 것같다.
김총재는 5·18특별법과 관련, 『5·18은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으므로 공소시효의 연장등 소급적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어떠한 위헌적 법률의 제정에도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그가 5·18특별법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것은 보수중산층의 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총재는 여권핵심부의 과거사 재론방식에 불만이 고조되고 사회안정을 바라는 국민이 상당수 있다고 판단하고 「보수」의 깃발을 내걸어 3김정치의 한축을 분명히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는 5·18특별법제정을 반대하는 신한국당 일부 민정계의원들과의 보수세력 구축을 노린 사전포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민련의 구상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신한국당 및 국민회의 민주당등이 한목소리로 『자민련은 수구정당이고 쿠데타세력의 본류』라고 비난하고 있는데다 자민련이 정국구도를 좌우할 만큼 세를 업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김광덕 기자>김광덕>
◎국민회의 DJ의 대응책/여허점 공략·야엔 사안별 손짓/군방문 등 보수층과 관계개선 움직임도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11일 상오 전방부대를 방문해 자신의 안보론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울 강남을 지구당(위원장 김태우)창당대회에 참석,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를 고리삼아 강력한 대여공세를 폈다.
이에앞서 박지원 대변인으로부터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회견내용을 전해듣고 「여야 5자회담 찬성, 양김회동 유보」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같은 행보에는 최근 정국에 대한 김총재의 대응방향과 입장이 잘 함축돼있다.
우선 여권을 향해서는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문제를 집요하게 제기, 신한국당과 검찰의 「DJ음해」시도를 견제하고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까지 이 문제를 끌고가 여권핵심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계산이다.
김총재는 또 군등 보수집단에 대한 김대통령의 강성기조를 자신과 보수층과의 「관계개선」에 역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가 전직대통령 구속으로 어느때보다 군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안보에 대한 국민불안이 점증하고 있는 시점을 택해 군부대를 위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5자회담제의나 지난 9일의 동대문시장방문도 『여권이 대화나 민생은 외면한채 칼휘두르기에만 여념이 없다』는 식의 인상을 심어줘 여권분열을 부추긴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야당들과는 사안별 공조원칙을 고수하며 특히 김종필 총재와는 「불가근 불가원」의 미묘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5자회담을 제의했던 김대중 총재가 지도자회담 제의에 대해 『5자회담문제의 귀추를 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이 대표적 예이다. 이에 대해 한 핵심관계자는 『JP가 5·18특별법을 반대하면서 수구보수의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어떻게 특별법제정을 주도해온 DJ가 양김회동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DJ와 JP는 공동운명체이면서 적수』라면서 『따라서 두 사람은 언제라도 손을 잡을 수도,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총재의 이런 「전방위 공수전략」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신효섭 기자>신효섭>
◎통합신당 공동대표 회견/「신3김정치」 부활조짐에 경계/특별법에 총력… 최악땐 특검제포기 시사
통합신당의 김원기·장을병 공동대표는 11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야 수뇌부회담과 5·18특별법등 최근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양대표의 설명은 장황했지만 5자회담 또는 여야지도자회담에 대한 입장은 분명했다. 노태우씨 비자금등에 연루된 의혹의 당사자들이 만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안으로 4당의 총장, 총무, 정책위의장등이 만나 특별법관련이견부터 조정하자는 여야중진회담을 거듭 제시했다. 자신들의 선명성을 과시하고 3김이 정국의 중심으로 부각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규택 대변인은 김종필 총재의 지도자회담 제의를 『검은 돈과 부정부패의 연결고리에 있는 3김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고 신3김시대를 부활시키려는 미몽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두 대표는 5·18특별법에 대한 입장도 뚜렷하게 드러냈다.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제도입이 필수적이나 이를 주장하다 특별법제정자체가 무산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특검제를 포기할 수 있다는 당내기류를 재확인해준 셈이다. 이는 5·6공세력의 노골적인 저항에 자민련까지 가세, 여권의 특별법추진력이 급속히 쇠약해진만큼 민주당이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대세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특별법을 둘러싼 현공방의 본질은 단순한 여야간의 싸움이 아닌 민주 대반민주 세력간의 정면승부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이대변인이 김총재의 특별법반대에 대해 『군사쿠데타원조의 진면목을 드러낸 반역사적 범죄』라고 원색 비난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양대표는 또 통합신당의 역사성과 대의명분을 강조했다. 김대표는 『5·18문제를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저울질하다가는 훗날 역사의 심판을 면치못할 것』이라며 『우린 타당처럼 5·18로 한몫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특검제도입에 배수진을 친 국민회의측이 예의 「여당 2중대론」을 되풀이할 경우에 대비, 대의명분론으로 보호막을 쳐놓은 것이다.<이동국 기자>이동국>
◎김종필총재 일문일답/“대화가 급선무… 전씨단식 등 국민이 판단할 문제”
―김영삼 대통령이 회담을 거부할 경우 먼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만날 용의는.
『대통령과 야당지도자, 여당과 야당, 야당끼리 만나 시국수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언제든지 대화를 갖자는 생각이다』
―12·12, 5·18에 대한 성격규정과 전두환씨가「5공정통성 수호」를 주장하며 단식하는데 대해.
『12·12등에 대한 규정은 법이 할 일이다. 전두환전대통령이 뭐라하든 그의 생각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김총재의 1백억원 비자금계좌 소유설에 대해.
『동화은행에 계좌를 가져본 일이 없다. 다른 은행에도 비자금계좌가 없다』
―새내각 구성을 제의했는데.
『내각제요소가 가미된 현행 헌법정신을 그대로만 실천해도 정치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해달라고 우리의 희망을 얘기한 것이다』
―국민회의와 민주당이 제출한 5·18특별법안에 대한 견해는.
『위헌적 소급입법을 반대한다. 다른 당도 이에 해당한다면 반대할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씨만 처벌하자는 것인가.
『두분에 대한 책임추궁을 시작했다. 누구든지 사건에 결정적으로 연루됐다면 마땅히 처벌돼야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관용을 베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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