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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릇에 쉰 음식 담은 모양(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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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릇에 쉰 음식 담은 모양(TV평)

입력
199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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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생방송,핫라인 70분…」/「성문제 관심끌기」 답습 참신한 이미지 퇴색SBS TV의 「생방송, 핫라인 70분의 선택」(토 하오10시50분)은 더 없이 좋은 그릇이다. 이 그릇은 생방송과 전화, 최첨단 컴퓨터기술, 거리인터뷰 등 여론수렴 토론프로그램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들을 결합시켰다.

생방송은 생동감과 민첩성을, 전화는 시청자참여의 마당을 의미한다. 컴퓨터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비교적 오차나 편견없이 다양하게 분석해 내놓는다. 전문가들의 토론은 문제이해에 도움을 주고, 드라마나 연극형태의 문제제기는 보는 재미도 준다.

처음 이 그릇은 「노태우씨 구속여부」등 구미도 당기고 맛깔스런 음식을 담아내 놓았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갈수록 의미없고 영양가도 적은 음식에만 매달려 스스로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격동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한데도 이 그릇은 그것을 외면해 버린다. 대신 집착하는 것이 「성문제」이다.

어느날 혼전순결에 대한 찬반(11월 25일)을 묻더니 다음에는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의 호적변경을 허용해야 하나」(12월2일)라는 주제로 70분을 허비했다. 그것도 모자라 9일에는 「성기능장애로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못할 때의 이혼여부」를 들고 나왔다. 한때 시사·고발프로그램의 고질적 병폐였던 「선정적인 소재로 관심끌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주제들은 현재 사회의 분위기로 볼때 엉뚱하다. 실제 이해당사자의 수도 적다. 「성기능장애」라는 이혼사유가 「배우자의 부정」이나 「부당한 대우」를 제외한 나머지 17%속의 일부라는 이 프로가 스스로 밝힌 통계만 봐도 분명하다. 9일 토론자로 나온 아나운서 이숙영씨조차 『제3자가 선택을 요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당위성이나 여론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는 것이다. 때문에 조사전문가까지 동원해 내놓은 각종 분석자료조차 무의미했다.

첫 방송때 이 프로그램은 수십만 시청자들의 전화참여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수가 불과 5만여건에 불과하다. 이유가 뭔지는 방송사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그릇속을 들여다 보고 실망하는 시청자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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