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채널 가동 FBI등 통해 압력/검찰서 “처벌수위 조절” 회유설도노태우 전대통령의 최대비리로 꼽히는 율곡사업의 차세대전투기 기종변경 의혹에 대한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김종휘 전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 2년8개월여의 미국도피생활을 중단하고 11일 돌연 귀국한 배경은 무엇인가. 또 그는 왜 수사의 칼날이 바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최악의 시점」을 굳이 택해 스스로 호랑이 굴로 걸어 들어온 것일까.
이같은 의문에 대해 김전수석은 귀국직전 미국내 한 측근에게 『현 정권이 터무니없는 혐의로 모든 것을 자신에게 덤터기 씌우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김씨가 이전에도 주장한 것처럼 『전투기의 기종변경과 관련, 한푼의 리베이트도 받은 적이 없으며 따라서 혐의사실 자체가 억울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떳떳하기 때문에 자진귀국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보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김씨가 93년 4월 미국으로 도피한 이후 계속 율곡비리로 의혹을 받아온 사실이나 93년 10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귀국하지 않은 점등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 이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해석은 김씨가 더 이상 미국에 머물기 어려운 형편에 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가 보다 좋은 여건에서 귀국할 수 있었던 기회를 모두 버리고 이제 상황이 가장 악화한 시점을 택해 귀국한 것은 「귀국해야 할 이유」보다는 「미국에서 출국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와관련,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연방수사국(FBI)등 미수사기관이 한국정부의 수사협조 요청을 받고 김씨에게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김전수석의 갑작스런 귀국은 그가 미국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것은 그가 FBI등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일 수도 있고 미국정부로부터 더 이상 보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같은 설명에 더해 보다 직접적인 귀국배경으로 거론되는 것이 검찰의 설득내지 회유설이다. 실제로 김씨는 노씨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경기고 후배인 천모변호사와 인척인 현직 모검사를 통해 대검중수부의 안강민 검사장과 교감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 귀국의사를 처음 공개한 것도 안부장이었다. 따라서 검찰이 율곡비리의 실체를 밝힌다는 보다 큰 명분을 내세워 김씨의 처벌수위를 낮추는 것을 조건으로 귀국을 설득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김씨의 망명생활에 대해 그동안 방관적 자세를 보여왔던 우리 정부가 이번에는 다각적 외교채널을 동원, 김씨가 더 이상 미국에 머물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는 동시에 가벼운 처벌을 미끼로 김씨를 유인하는 양동작전을 펼쳐 김씨의 자진귀국을 끌어냈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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