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의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거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캐럴도 울려퍼지고 있다. 한해의 마지막길목에 선 사람들은 반성과 회한의 스산함에 사로 잡힐 그런 때다.이때쯤이면 의지할데가 없어 양로원과 보육원등 사회복지시설에 몸을 의탁한 불우한 사람들은 사회의 관심과 온정이 유난히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느해보다 훨씬 썰렁한 연말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에 1천만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던 한 양로원에는 단 한푼의 성금도 없는 상태이고 지난달에 들어온 성금도 65만원에 그쳐 지난해 11월 성금의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처럼 각박해진 사회의 관심은 모든 양로원과 보육원이 똑같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사회가 이처럼 인정이 메말라 불우한 이웃마저 외면할 만큼 각박해졌다는 말인가. 불우한 이웃에게 큰 도움을 줬던 기업인들과 독지가들이 노태우씨와 전두환씨의 잇단구속과 비자금 수사로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란 말도 있다. 소쩍새마을 설립자였던 일력이라는 가짜 중이 후원금을 횡령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자선사업가들에 대한 불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해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근본적인 책임을 따지자면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의지 부족과 복지예산의 빈약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이 양로원과 보육원의 겨울철 난방비를 절반도 대주지 못할 정도가 돼서야 어찌 GNP 1만달러에 육박하는 나라라 할 것인가.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을 별 볼일도 없는 정치인들에게 엄청난 정치비용으로 제공하기보다는 그 보람 없는 선심을 차라리 사회복지시설로 전환했으면 하는 생각도 그래서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갑자기 될일이 아니다. 당장 영하의 매서운 추위가 닥쳐 오고 있으니 연말을 맞아 온정을 목타게 기다리고 있을 양로원과 보육원등 그늘진 곳을 보다 낫게 사는 사람들이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권력에 기십기백억원을 선뜻 갖다바쳤던 재벌기업인들이 뇌물을 갖다준 죄책감에 사로잡혀 그늘진 이웃에게 베푸는 온정마저 움츠러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불우이웃을 돕는데 베푸는 온정은 어떤 정권, 어떤 권력이 등장한다해도 상을 줘 권장할 일이지 전·노씨에게 갖다준 뇌물처럼 비난당하고 벌받을 일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어수선 할수록 불우한 이웃들에게는 온정의 손길이 더더욱 필요한 법이다. 우리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그늘진 사회 구석구석에 온정의 손길을 뻗어 다같이 보다 따뜻한 새해 맞이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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