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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진국 불문 “검은 커넥션”/전·노씨 수감이후­세계 군수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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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진국 불문 “검은 커넥션”/전·노씨 수감이후­세계 군수비리

입력
199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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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기업 로비전쟁 자·타국 안가려/국가안보팔아 돈챙기기 잦은 파문무기도입을 둘러싼 비리는 선·후진국을 막론한 일반적 현상이다. 천문학적인 도입자금이 소요되고 계약을 따내려는 군수업체들의 경쟁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군비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다국적 군수업체와 발주 주체간의 「검은 커넥션」은 자국과 타국을 가리지 않는다.

자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군수업체의 불법로비는 88년 미 레이건 행정부를 발칵 뒤집어 놓은 국방부 납품비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구입과 관련, 다수의 군수업체가 국방부 관리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1백여명이 기소됐다. 당시 비리의 핵심은 국방부 관리들이 뇌물을 받고 계약과 공개입찰에 관한 내부 정보를 흘린 것.

이 사건으로 미 최대의 군수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MD)사를 비롯, 로드롭사등 14개사가 압수수색등 조사를 받았다. 조사대상은 업체에 국한되지 않았다. 연방수사국(FBI)과 해군수사요원들이 주축이 돼 국방부내 45개 사무실과 군사시설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당시 하원국방세출소위 위원장이었던 윌리엄 채펠등 하원의원 3명이 조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국방장관과 법무장관까지 한때 조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국방부 전직 고위관리와 퇴역장성들이 군수업체에 에이전트로 고용돼 거래의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공직재직때 쌓은 인간관계를 이용해 커넥션을 만드는 이른바 「회전문」유착의 전형적 사례였다.

이들간에 오간 정보에는 제3국에 대해 미국방부가 확보하고 있던 것도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 정부의 F18기 개량계획에 관한 해군의 연구자료와 각국의 방산수요 예측등이 그것이다. 국가기밀이 돈에 팔려나간 셈이다.

다국적 군수업체의 대외로비는 냉전이 종식된 90년대들어서 더욱 치열해졌다. 서방의 주요국 정부들이 방위비를 감축으로 내수시장이 좁아지자 생존의 위협을 느낀 군수업체들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이들의 주요 타깃이 된 것은 중동과 아시아였다.

현재 태국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잠수함 구입비리설도 다국적 군수기업의 비리가 제3세계권으로 번지는 최근의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다. 반한 실라파 아차 총리의 차트타이당이 6억8천만달러에 달하는 해군 잠수함 2척 구입계획과 관련, 올해 여름 잠수함 건조업체인 스웨덴의 코쿰스 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아 총선자금으로 썼다는 것이 의혹의 전말이다. 이것을 폭로한 스웨덴의 다겐스 니헤테르지는 차트타이당이 당시 뇌물의 대가로 코쿰스 그룹이 계약업체가 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반한 총리정부는 이것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총선때 사상최대의 금권선거를 행했다는 오명을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혹을 불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타이완(대만)도 올해초 미제무기 도입을 둘러싼 비리로 현역 대령이 자살하고 장성이 옷을 벗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만연한 정부부패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난 2일 총선에서 집권 국민당이 참패하고 깨끗한 정치를 내세운 신당이 약진한 데는 이같은 영향이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불법 로비가 들통나 벌금을 문 케이스도 있다. 미록히드사는 올해 1월 C130수송기 3대를 이집트에 판매하면서 의원들에게 1백50만달러의 뇌물을 준 사실이 확인돼 이익금의 2배가 넘는 2천4백80만달러를 벌금으로 내는 망신을 당했다. 당시 수사에서 록히드사는 미국방부가 주는 보조금 일부를 뇌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영국업체도 미국에 못지않다. 지난 85년 영국 군수업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용기 1백32대등 56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면서 사우디 왕족 2∼3명에게 4억2천만달러를 건네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른바 「사우디 커넥션」으로 당시 마거릿 대처총리의 아들이 군수업체 에이전트로 활약,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이 드러나 대처의 얼굴에 먹칠을 했었다.

불법 로비자금은 서방국가끼리도 똑같이 오간다. 지난 10월20일 빌리 클라스전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을 불명예퇴진시킨 「아구스타 스캔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탈리아 방산업체인 아구스타사는 지난 88년 벨기에와 군용 헬기 46대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집권 사회당에 5천1백만 벨기에 프랑(14억원상당)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전 벨기에 공군참모총장등 관련 혐의자 2명이 자살하고 각료급 인사 4명이 사임했다.

당시 사회당 소속으로 경제장관에 재직했던 클라스는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으나 의회가 면책권 박탈을 결의하는 등 수사가 조여오자 결국 나토 사무총장직에서 사임했다.

이같은 군수관련 비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상례다. 구매 결정이 대부분 핵심권력집단내부에서 이뤄지는 탓이다. 그러나 일단 폭로되면 이들 커넥션은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된다. 「돈에 국가안보를 팔았다」라는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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