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현시국 객관적 파악에 도움/특별법제정 법리적 관점 접근 미흡지난달 24일 김영삼 대통령의 「5·18 특별법」제정 지시는 비자금소용돌이를 5·18정국으로 내몰았다. 김대통령이 밝힌 특별법 제정취지와 목적은 타당성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역학 관계에서 4당4색으로 맞부딪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5·18정국의 전개로 야기되는 전격성과 혼란에 적지않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에 이어 12월 들어서도 「5·18특별법 제정」 「전씨 전격소환」 「전씨 구속수감」 「전씨 수감이후」 「노씨 기소」등 5·18정국의 급류를 체계적으로 짚고 있다. 우선 하루만에 뒤집힌 「개헌론의 전말」과 「5·18특별법 위헌논란」(1·5일자)을 정치적·법리적 견지에서 보도하면서 여야 4당의 5·18관련 법안을 비교한 것이 주목된다.
4일자 사설 「전두환씨 구속」에서는 뉘우침 없는 전씨의 도발적 자세를 질타하면서도 5·18특별법 제정선언의 전격성, 검찰태도의 돌변성, 정치권의 정략적 대응 등을 비판하고 절차와 법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평선」(1·4일자)에서 방법론상의 문제제기와 함께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수록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슬기를 보이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든 것도 같은 선상이다.
이와 관련, 김영삼 대통령과 집권당의 5·18정국 운영방식을 예리하게 비판한 「장명수 칼럼」(2·4일자)은 삼권분립을 전제로 하는 대통령제에 있어 정당을 통해 입법부를 장악하는 대통령제의 맹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이것은 당명을 바꾸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당운영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고 92년 대선자금도 자진해서 밝히라고 촉구하는 「신한국당의 변신」(7일자 사설)과 함께 현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강도 높은 고언이었다.
이처럼 한국일보는 5·18정국의 당위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전개방식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세계언론의 시각(6·8일자)도 보도, 독자들이 현정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5·18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법리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위헌 논란이 있는 문제에 대해 합헌·위헌 양론을 균형있게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5·18특별법의 내용은 헌법상 형벌불소급의 원칙, 적법절차의 보장, 그리고 대통령 임기중 소추제한규정(제12·13·84조)과 관련, 위헌의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1월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되더라도 적용과정에서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분명하므로 위헌론의 입장도 균형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헌법소원의 취하로 말미암아 헌법재판소의 「5·18선고」가 무산된 점과 관련해서도 5·18정국의 정략적인 한 단면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러한 선례가 우리 헌정상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지적했더라면 좋았겠다.
법적용에 있어 대립하는 두 목적이 구체적 타당성의 구현과 법적 안정성의 구현이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조화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내용이 사전에 보도되거나, 정치권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헌재에 선고연기를 요청하고 급기야 헌법소원을 취하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차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김배원 부산대교수·헌법학>김배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