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탈세통보 아직 없어” 방침 못정해/면죄부 줄 경우 조세행정 큰 부담 고민노태우 전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이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방침을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당초 노씨 비자금사건이 터진 이후 줄곧 『관련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는 검찰이 탈세사실을 통보해온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검찰이 노씨비자금 수사결과를 발표하는등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인데도 국세청은 『관련기업의 탈세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은 바 없으며 아직까지 세무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혀 뇌물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물건너 갔음」을 시사했다.
이는 홍재형 부총리와 한이헌 경제수석등이 6일과 5일 금융계와 경제부처차관들과 잇따라 공식모임을 갖고 정부의 「경제살리기」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재계는 이를 『정부가 비자금정국으로 위축된 경제계의 사기진작에 본격 나섰으며 이제 더이상 경제사정은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세청은 7개 뇌물그룹이 이미 뇌물공여등 혐의로 형사처벌된 마당에 다시 탈세조사를 하는 것은 「중복처벌」이며, 더욱이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재계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문민정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때문에 국세청은 대체로 「조사불가」분위기가 우세하다. 뇌물공여 그룹들이 그룹당 계열사가 수십개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세무조사는 결국 대대적인 규모일 수밖에 없어 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검찰수사결과 그룹당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진 뇌물자금이 공공연한 탈세자금인데도 눈앞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의식, 뇌물기업에 면죄부를 줄 경우 앞으로 조세행정에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세청이 일해재단에 성금을 낸 6개그룹과 수서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보그룹에 대해 당시 빠짐없이 세무조사를 실시해 각각 32억원, 1백39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것도 정치·경제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조세행정의 골간인 「징세형평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번 비자금사건 관련기업의 탈세행위를 눈감아줄 경우 『재벌들의 대규모 탈세는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의 수백만원대 탈세만 잡는다』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으며 『국세청의 조사권행사의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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