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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과 「증언거부」(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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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과 「증언거부」(장명수 칼럼)

입력
199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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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 단 세사람의 전직대통령 모두가 국민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구속된 두사람중 한명은 단식으로, 감옥에 가지않은 다른 사람은 검찰조사 불응으로 파란많은 정국에 파문을 보태고 있다.지난 3일 새벽 전두환씨가 고향인 합천에서 압송됐을 때 인정많은 국민들은 『아침식사도 안한 사람을 잡아올만큼 사태가 긴박했던가』라고 혀를 찼는데, 그는 수감후 일주일이 넘도록 자진해서 굶고 있다. 그의 변호사에 의하면 단식이유는 5공의 정통성이 부인되는 상황에 항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감정이 격해서 음식이 안넘어 간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5공의 정통성을 수호하기 위한 단식이라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김영삼대통령과 이미 「정치적 타결」을 끝냈다고 믿었던 그가 배신감을 느낄수는 있겠지만, 국민앞에서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2·12와 5·18, 그리고 부정축재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이라면 동정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동정이니 이해니 할 수 있는 선을 넘은지 오래다. 그 엄청난 유혈사태와 축재규모가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국민이 참을 수 있는 것은 법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최규하씨의 증언거부 이유 역시 단식이유 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다. 한나라에 고집센 원로가 있다는 것은 국민에게 든든한 일이지만, 그의 고집은 의혹을 깊게할 뿐이다. 그가 말을 안하려는 이유를 놓고 지금 시중에는 온갖 아름답지 못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 유언비어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는 국민의 마지막 자존심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빨리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가 88년 광주특위의 국회증언요구를 거부하면서 내세웠던 이유는 『최고통치권자가 임기중의 일로 검찰조사를 받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고, 지금도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그의 변호사는 최근 『12·12와 5·18을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의미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두가지 설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첫째 전직대통령들은 재임시의 업무에 대해 조사받아야 할 일이 생겼을 경우 마땅히 진실을 밝혀야 하며, 그것이 국가의 녹을 먹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다. 또 그는 12·12와 5·18당시 대통령직에 있었던 최고책임자로서 그 엄청난 사태를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고 감히 말해서는 안된다.

전직대통령의 단식투쟁과 증언거부는 그들이 과연 한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그들이 이해했다면 대통령 재임시에나 퇴임후에나 이렇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라와 국민과 역사앞에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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