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의 경제운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안정이다. 최근 장기화되고 있는 시국불안과 내년부터 계속될 총선등 불투명한 정국으로 인해 경제환경은 불안정한 것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기의 급격한 위축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관계도 불안하고 물가양상도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운용의 목표를 안정에 두고 정부가 확실한 의지표명을 하면서 종합적이고도 강력한 안정화 시책을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경기의 무리없는 연착륙과 안정기조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정부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너무 안이하다. 물가불안등 안정기조의 위해요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고 경제내부의 구조적 갈등요인이나 시국등 불투명한 외부환경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정부는 성장률 7.5%수준, 물가상승률 4%, 경상 적자 60억달러 등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둔화되고 민간소비가 부진하겠지만 세계경제의 호황지속 등으로 경제는 급격한 위축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견지하면서 물가와 경상수지도 안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내부요인보다 바깥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비자금과 5·18등으로 경제가 이미 순조롭지 못한데 어수선한 시국이 연말과 내년초로 이어지고 곧이어 15대총선과 혼미스러운 대선정국, 어지러운 정계개편과 만성적인 정국불안이 계속될 경우 경제는 안정기반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기류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봄에는 민노총등의 출현으로 노사불안이 어느해보다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연말 연초의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각종 음식값과 서비스료 공공요금도 줄을 이어 인상되고 있다. 5∼6년째 바닥에 머물고 있는 부동산값도 가격순환의 상승기를 맞아 폭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화되는 시국불안에다 노사불안 물가불안이 겹치면 경제의 안정기반은 급속히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 86∼88년 대호황후 집값이 두배 세배 폭등하는 가운데 고물가속의 장기불황으로 혼이 났던 경험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지금 경기는 93년 1월의 저점을 시발로 3년 가까운 장기호황의 확장국면에서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급격한 위축은 피해야겠지만 경기하강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그렇다면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무리하기 보다는 불황과 고물가의 동반현상(스태그플레이션)을 막는데 먼저 힘을 집중시키는 것이 온당한 선택이 될 것이다. 어지러운 시국을 생각할 때 안정은 특히 더 중요하다.
경기도 살리고 물가도 잡고 국제수지도 개선하겠다는 욕심으로 이것 저것 다 놓치는 것보다 우선 안정만이라도 확실하게 다져놓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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