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장 문제 등 싸고 은근히 대립/갈등봉합 불구 험난한 앞길 예고허주(김윤환 신한국당대표의 아호)의 심기가 연일 불편하다.
그는 8일 어깨통증을 이유로 당사에 출근하지 않았을 뿐아니라 당분간 언론과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5일 김영삼 대통령과의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재신임」을 받은 만큼 대표위상 재확립과 어수선한 당분위기 수습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던 전망과는 크게 동떨어진 행보다. 무언가 김대표의 「의욕」에 강한 제동을 건게 분명하다.
대부분 당관계자들은 이영희 여의도연구소장의 문책문제와 김대표의 개각관련 발언파문에서 「당무거부」의 직접적인 원인을 찾고있다.
김대표는 김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소장의 해임을 건의한데 이어 스스로도 『이소장을 더이상 그냥 둘수 없다』며 인책의사를 밝혔다. 이소장이 최근 강연과 인터뷰등을 통해 『5, 6공을 주도했던 인사가 당을 이끌 수는 없다』며 공공연히 자신을 겨냥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표의 이같은 명시적 언급에도 불구, 한동안 이소장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한때 이소장 해임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는가 하면 강삼재 사무총장은 구두경고라는 경미한 처분을 내리는데 그쳐 김대표가 다시 강총장을 불러 인책수위를 높이도록 지시해야만 했다.
곡절끝에 이소장의 자진사퇴로 이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대표의 뜻이 쉽사리 통하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이 김대표의 자존심을 적잖이 상하게 했을 법하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7일 『오는 16일께 대폭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청와대의 강한 불만을 산 것도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날 김대표의 당무거부에는 당내 역학구도 및 주도권향배와 관련한 보다 근본적인 인식과 계산이 깔려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시말해 자신의 입지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는 민주계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함축돼있다는 얘기다. 이소장 문책문제의 경우 대다수 민주계의원들은 실제로 개혁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뒷받침해온 이소장을 해임하는데 내심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게 사실이다. 민주계의 한 당직자는 『이소장의 발언은 결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며 『공식당론만 되풀이하려면 당의 정책위로 충분하지 외곽연구소는 왜 설치했느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계와 노선을 같이하는 이소장이 김대표의 공격목표가 된 것과 민주계가 이에 저항한 형국은 민주·민정계간 계파갈등의 한단면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식의 갈등양상은 앞으로 김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가 속도를 더할 수록 필연적으로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당안팎의 일치된 전망이다. 이 와중에 집권세력인 민주계와 정치적 색채를 달리하는 김대표로서는 「수세적」 입장에 처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대표로서는 차제에 당무거부라는 나름의 강력한 대응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민주계의 「대표흔들기」시도를 견제하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결단」을 불사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김대표의 당무거부는 신한국당내 두계파의 아슬아슬한 동거체제와 험난한 전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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