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합참의장 콜린 파월은 얼마전 대통령후보 출마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내가 공직에 있던 33년동안 나의 아내는 가정을 지키며 헌신적으로 나를 도왔다. 이제는 내가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할 때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의 행복이다』
유력한 차기대통령 후보로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을 꿈꾸던 그가 출마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아내의 반대였다. 63년 인종폭동을 현장에서 겪었던 그의 아내 알마는 유세중 남편이 저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때문에 남편의 출마를 끈질기게 반대해 왔다.
그들 부부는 버지니아 근교의 대저택에서 독서와 운동, 봉사활동으로 조용하게 살고 있는데, 그 집은 파월의 회고록 판권 수입 600만달러중 130만달러를 주고 산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은퇴생활은 여러가지로 부럽다. 한평생 군인으로 명예롭게 일하다가 회고록을 써서 노년을 안락하게 살 수 있는 큰 돈을 벌고, 가족의 사랑과 봉사활동 속에서 충만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는 점등이 모두 부럽다.
그리고 가장 멋진 말은 『이제는 내가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할 때』라는 말이다. 그런 표현은 특히 한국 남자들이 배우면 좋을 것이다. 파월의 아내는 33년간 세자녀를 키우며 헌신적으로 살았고, 남편이 월남전과 걸프전에 참전했을 때는 가슴졸이며 잠못이뤘던 군인의 아내였다. 그러나 파월의 아내에게 결코 뒤지지않는 내조를 했다해도 남편이 그 공로를 모른다면 얼마나 인생이 허무하겠는가.
은퇴를 앞둔 남자들은 진지하게 『이제는 내가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할때』라고 생각해 보는게 좋겠다. 어차피 은퇴후의 생활이란 대부분 아내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이왕이면 적극적으로 아내를 위해 살자고 결심하는 쪽이 더 생산적일지도 모른다. 한평생 「일 중독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한국 남자들이 그동안 직장에 얽매여 가족에게 무심했다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노년에 이르러서도 가족에게 봉사할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큰 잘못이다.
많은 아내들은 한평생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헌신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편과 자녀들은 출세도 하고 돈도 벌고 성취감도 맛보지만, 아내는 소외감속에 홀로 남겨지기 쉽다. 은퇴후의 생활이란 아내의 헌신이 보상받는 나날이어야 한다. 한국의 많은 남자들이 은퇴하면서 『이제 아내를 위해 살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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