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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극비소환에 또 “술렁”/전씨비자금 수사­재계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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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극비소환에 또 “술렁”/전씨비자금 수사­재계 표정

입력
199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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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통폐합때 혜택받은곳 더 부담/“정치권 겨냥한 외곽때리기” 분석도/“이미지 먹칠… 도처에 지뢰” 재계판도 변화올까 신경5공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구체화하면서 재계가 다시한번 술렁거리고 있다. 검찰이 재벌총수중 일부를 극비리 소환·조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계는 제2의 비자금파문이 시작되는 전주곡이 아니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두 달 가까운 6공비자금의 긴 터널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마음을 다잡고 「비자금이후」를 준비하고 있던 재계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이달초 대검청사가 아닌 서울시내 제3의 장소로 재벌총수들을 불러 전두환씨측이 조성한 비자금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환대상은 S H D D그룹등 상위그룹들이었으며 장소는 검찰청사와 가까운 P호텔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5공비자금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여서인지 총수들이 술술 불어 많은 소득이 있었다고까지 밝혔다. 재계에 대한 수사착수는 이미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재계는 일단 검찰이 5공 정경유착수사를 본격화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다. 재계는 또 한번 사정의 회오리에 휘말릴 경우 대외적인 신뢰도와 경영에 대한 의욕은 더이상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재계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전씨가 재임중 건넨 돈이 정치자금이든 뇌물이든간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사실을 꼽는다. 그리고 5공청문회등을 통해 한차례 검증이 끝났다는 사실도 한 몫 거든다.

그러나 사법처리가 없다고 재계의 고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5공비자금을 들출 경우 재계의 아킬레스건은 도처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더라도 「강건너 불보듯」할 수는 없다는게 재계의 입장이다. 우선 총수들의 연쇄소환이 재현될 가능성에 재계는 민감하다. 참고인자격으로라도 검찰수사에 발목이 묶일 경우 가뜩이나 나빠진 이미지는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두달간의 홍역으로 이미지에 관한한 더이상 치를 대가가 없다고 말할 지경이다.

더욱 부담스러운 사실은 수사의 심도에 따라 현재 재계를 이루고 있는 판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다. 5공 출범직전인 80년8월 국보위에서 단행했던 「8·20조치」가 먼저 주목거리다. 3공시절 추진한 중화학육성정책으로 기업이 난립했다며 국보위가 기업들을 이리저리 통폐합해버린 조치였다. 당시 한라그룹은 그룹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현대양행(현 한국중공업)을 빼앗겼고 현대 대우 기아 대림 효성등이 승용차와 상용차등 사업영역을 분할 점령했다. 5공동안 이루어진 부실기업정리과정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86년5월 정부가 직접 나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비상식적 조치를 통해 60개기업이 사라지고 그 잔해를 24개 그룹이 나눠가졌다. 재계의 대부분이 이 조치의 수혜자였다는 점에서 제발 저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국제그룹과 명성등 당시 해체된 기업들은 벌써부터 기업환수소송등으로 이의를 제기할 조짐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재계는 현재 기진한 힘을 추스려 5공비자금수사의 의도를 읽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 정보팀을 통한 잠정적인 결론은 일단 5공세력에 대한 수사진행을 위해 재계를 활용하고 있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보안사 4인방등 5공핵심인사들이 검찰수사에 불응하면서 수사의 진도가 막히자 사법처리의 부담을 던 재계를 통해 역으로 비리를 파악한다는 얘기다. 이미 1조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전씨의 비자금이지만 이미 부동산이나 CD등 추적이 어려운 형태로 은닉했을 가능성이 커 재벌총수들의 협조없이는 수사진행이 어렵다는 상황논리가 이를 뒷받침한다. 93년 실명제실시를 앞두고 연구팀이 5공 당시 실명제를 추진했던 K씨에게 자문을 구하는 바람에 전씨측이 가차명계좌를 분산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정의 칼날이 다시 재계로 돌아온다기보다 정치권을 겨냥한 외곽때리기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고 재계의 입장에서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5공세력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이리저리 진행되다 보면 도처에 깔린 재계의 지뢰마저 건드릴지 모르기 때문이다.<이재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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