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론 국정쇄신론 우세불구/원로대화 등 수습기류도 감지/구체윤곽 정치인 소환조사 진행방식서 나타날듯일대변혁이냐, 국면전환이냐.
혼돈정국의 갈림길에서 여권이 두가지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 변혁쪽을 택하면 정치대란이 불가피하고, 국면반전을 택하면 「눈터지는 계가바둑」식의 총선을 치러내야한다. 현재로서는 정치개혁, 국정쇄신이라는 명분론이 여전히 유효하다. 외형상 여권 내부의 기류가 변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 여권 핵심인사들도 『정치판을 쇄신하자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인 소환수사도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세한 변화의 징후도 하나 둘 감지된다. 우선 전선을 확대하려는 격렬한 분위기가 상당히 누그러졌고 김대중 김종필 두 김씨를 겨냥한 격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아직 변수가 많지만 김윤환대표의 재신임이나 이원조씨등의 불구속기소를 예사롭지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않다.
김영삼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대화를 나누고, 청와대가 그동안 비공개해온 대화일정을 공개한데서도 변화의 힌트를 얻으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정황증거들로 국면전환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정국 드라이브」가 주춤거리는듯한 상황에는 여론, 정치실익 등을 계산한 현실론이 한 몫 하고 있다. 역사 바로잡기, 개혁이라는 대의에는 반론이 없지만 이로 인한 정국혼돈, 민생불안은 「부메랑」이 되어 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날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정국혼돈은 결국 여권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등의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대표가 지난 5일 주례보고에서 김대통령에 진언한 내용의 골자도 현실론이었다는 후문이다. 김대표는 『호남 충청이 역사바로잡기에 박수쳐도 표는 주지않는다. 각박한 과거 단죄로 대구·경북의 분위기가 악화됐다』고 보고했다 한다.
김대표는 『어느정도 수사 등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DJ, JP와도 과감히 대화, 또다른 극적인 상황반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김대표의 말은 자신의 견해일뿐 아니라 여권 내부의 온건론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김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는 사인을 보내지 않고있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주례독대후 『김대통령이 소리에 매이지말고 대의에 동참하라고 김대표를 설득했다』고만 발표했을 뿐이다. 액면 그대로 보면, 현실론에 수긍했다는 반응은 전혀 없는 셈이고 오히려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실제 민주계 소장파들 사이에서는 『이미 호랑이 등에 탔다. 지금 내리면 죽는 길이다』는 주전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김대통령이 어떤 논리를 택할지는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아마 그 윤곽은 정치인 소환조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에 따라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여권 고위인사는 『한번 물길을 잡으면 좌고우면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김대통령의 스타일 아니냐』고 말해 비록 호흡조절은 있을수 있어도 국정방향의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