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 3당 합당으로 출범했던 민주자유당이 6일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오죽했으면 간판까지 바꿔 달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민자당이 겪었던 변신의 몸부림과 진통은 개명이라는 궁여지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민자당은 처음 출범 당시 덩치가 너무 커서 걱정이었다. 그러나 5년 10개월을 지내오면서 거대 여당은 점점 왜소화의 길을 걸었다. 통합의 주역이었던 세사람중 노태우씨는 지금 감옥에 있고 김종필씨는 딴 살림을 차려 나가 버렸다. 김영삼 대통령만 남아 있는 셈이다. 김대통령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에 눌려 숨을 죽여야 했던 민자당은 지난 6·27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비운을 맞아야 했다.
이때부터 위기의식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민자당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달라진 것은 간판뿐이다. 사람도 그대로, 운영도 그대로 변한게 없다. 속을 들여다보면 출범 당시의 계파갈등이 그대로 건재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주의까지 날뛰고 있으니 혼선이 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노씨와 전두환씨가 연달아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당내 사정은 엎친데 덮친격이 되고 말았다. 김윤환대표까지 『그만 두겠다』고 했다가 김대통령의 만류로 다시 주저앉는 모습에서 우리는 집권여당이 심한 동요를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년 총선때까지 현 체제를 유지한다지만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금년말의 당정개편, 내년초의 공천작업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진행중인 비자금 사건과 쿠데타 조사결과도 주요변수로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처럼 집권 여당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곧 전반적인 정치불안을 의미한다. 정국을 주도해야 할 세력이 흔들리면 다른 정치주체들도 갈팡질팡 헤매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민자당에서는 5·6공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는 그들 세력의 우두머리인 전·노씨를 법의 심판대에 넘기면서도 말은 5·6공 사람들과의 단절이 아니라고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이 모순을 극복하느냐는 것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다.
늘상 하는 얘기지만 당운영방식도 이제는 보다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92년 대통령선거자금에 대해서도 자진해서 밝히는 것이 옳다. 민자당 시절에 안고 있던 대내외적인 문제들을 과감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신한국당으로 개명하나 마나 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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