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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과 보호할 것/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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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과 보호할 것/최성자 생활부장(메아리)

입력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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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혀 몰랐던 일이 아니었다. 지금 세계가 비웃으며 주시하는 한국의 12·12와 5·18 그리고 군출신 대통령들의 부패는 이제 겨우 때를 마련해서 파헤치는 중이다. 안쓰럽던 우리의 과거가 새삼 놀랍고 부끄럽다.마침 이때 선조들이 남겨준 문화유산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됐다. 경주의 석굴암과 불국사,합천 해인사의 대장경판 및 판고, 그리고 서울의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6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이다.

한국 문화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심의 지정받는 시기도 때가 늦었다. 이미 세계 100개국에서 440건이나 되는 문화와 자연유산이 보호받고 있다. 인도와 프랑스가 20건을 넘고 중국은 14건 일본도 5건이 지정됐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주유네스코 대표부가 세계유산위원회에 석굴암등 우리 문화유산을 등록하도록 신청했다. 올해 열린 집행위원회는 이 등재건의를 결의했고, 4일부터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제19차 총회는 이 결의를 수용해서 확정 선포한 것이다.

우리가 상속받은 선조의 문화유산이 오늘도 끊임없이 훼손되고 있다. 보존처리가 안된 건물 성곽등은 낡아서 무너지고, 매장문화재는 도굴에 시달린다. 개인이 소장한 옛책과 문서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러 박물관에서 녹슬어 바스러지는 철기와 청동기 유물은 셀 수조차 없다.

경주문제는 시급하다. 하지만 아직 「보존이 우선인가, 개발이 중요한가?」 하는 낮은 차원의 논쟁에 결말도 제대로 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고속철도와 그밖의 각종 대형공사 때문에 문화유산이 공공연히 파괴되고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깨우쳐 주는 것이 많다. 앞으로 할일도 가르쳐 준다. 세계인이 인정하는 우리의 일급 문화유산을 파괴해선 안된다. 보존과학을 발전시키고 정부지원을 늘려서 우리가 상속받은 문화유산을 잘 보호해야 한다.

세계인이 비웃는 정치사건과 부패는 더 이상 거듭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지만, 세계인이 인정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은 다음 세대에 잘 전승해야 한다. 쿠데타와 부패는 보호할 가치가 없지만 문화유산은 우리만의 재산이 아니라 내일의 한국과 세계인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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