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전태일」 등 사회분위기 맞물려/촬영중인 「꽃잎」 칸영화제 출품 초청도비자금을 소재로 한 「돈을 갖고 튀어라」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다룬 「꽃잎」등이 지금의 첨예한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촬영도중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이 터지고, 5·18 수사가 시작되면서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현실에 밀착된 작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돈을 갖고 튀어라」(감독 김상진)는 16일 개봉된다. 노태우씨 비자금이 밝혀지기 전 항간에 떠돌던 소문에 착안한 이 코미디는 어느날 자신도 모르는 돈 100억원이 통장에 들어온 것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건달인 천달수(박중훈 분)는 우선 3억원을 찾아 찻집 아가씨(정선경 분)와 마음껏 쓰기로 하지만 곧 돈주인이 고용한 킬러에게 쫓긴다.
그 돈은 전직 최고권력자가 한양은행 부장을 통해 세탁하려던 1,000억원의 일부이다. 노태우씨의 비자금을 노골적으로 빗댔고 장기미거래계좌에 입금시킨 후 이를 비밀계좌로 대체시키는 연동계좌 이체방식에 의한 돈세탁 과정도 비슷하다. 예비군훈련을 대신해 주고 용돈을 버는 대리인생이 남의 통장을 빌려 세탁하려는 돈을 가로채는 풍자적 설정을 통해 부패한 권력, 황금만능주의를 꼬집는다.
장선우감독의 「꽃잎」은 한 소녀(이정현 분)를 통해 상업영화로는 최초(소형영화로는 89년의 「꿈의 나라」가 있음)로 5·18 비극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획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 현재 80%의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는 진압군 총을 맞고 죽어가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도망나오는 15세 소녀의 모습등 당시 비극의 현장을 10분간 재연한다.
충남 공주에서 마무리 촬영중인 장감독은 『무겁지 않게 하면서도 광주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느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촬영전부터 내년 칸영화제 초청을 받아놓았다. 지난달에도 질 야콥집행위원장은 내년 3월15일까지 이 작품을 꼭 출품하도록 다시 한번 요청해 왔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감독 박광수)에 관객이 몰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회정의에 대한 전반적인 욕구상승과 시대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분위기가 7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과 그를 다룬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갖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예상을 뒤엎고 개봉 3주째 관객 12만명(서울)을 돌파한 이 영화는 내년 베를린영화제 본선진출작으로 선정됐고, 남아공 독일등에서 수입의사를 밝혀 옴으로써 현실을 담은 우리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읽게 하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