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방」 등 처리도 예상밖 약해/부패철퇴 성역깬 수사엔 의미대검중수부의 노태우 전대통령 기소는 초법적 지위를 누려왔던 전직대통령을 구속하고 뇌물을 제공한 재벌총수들을 차별없이 소환, 조사함으로써 수사의 성역을 깼다는 평가를 일단 받고있다.
그러나 검찰수사는 92년 대선자금과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여부등 사용처를 제대로 규명해 내지 못했다. 검찰수사가 이번 기회에 과거의 잘못된 정치관행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고 부패구조를 청산하자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건의 성격을 노씨의 「부정축재」로 규정, 개인의 부도덕성을 드러내는데 주안점을 두면서 수사의 초점을 비자금 조성경위에 맞추었다. 수사가 의혹의 핵심인 비자금의 대선자금지원내역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의 수사발표가 이미 알려진 내용을 집대성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것도 수사가 이같은 내재적인 한계를 설정해 가며 진행됐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이원조 전의원, 금진호 의원, 김종인 전청와대 경제수석등 이른바 「비자금조성 3인방」을 모두 뇌물수수의 방조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대선자금에 대한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이전의원을 불구속기소한 것은 검찰내부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동국제강 장상태 회장의 「입」에 의존, 이전의원이 30억원 뇌물전달의 단순매개자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의 이같은 태도는 봐주기 수사의 전형적 폐습을 답습했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검찰은 92년대선자금과 비자금의 정치권유입여부등 의혹의 핵심을 비켜갔다는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뇌물을 제공한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최소한의 수준에 머문 것도 특기할만하다.
검찰은 노씨가 조성한 4천5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두 뇌물로 규정해 놓고서도 구속 대상자를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과 (주)한양 배종렬 전회장선으로 한정했다. 불구속기소 대상자도 김우중 회장등 7명으로 최소화, 당초 예상보다 기업인들에 대한 처벌강도를 낮추었다.
이같은 처리기준에는 대가성 뇌물제공업체에 대한 엄격한 제재의 의미가 함축돼 있지만 지나치게 경제논리에 좌우된 나머지 이번 사건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겠다는 수사의지가 흐려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노씨기소가 수사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추가수사에서 어느 정도 단호한 의지가 보여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대선자금부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사항」이라고 만 말했다.
검찰은 이현우 전청와대 경호실장등에 대한 수사와 계좌추적을 통해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검찰의 표현대로 수사가 종결된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면 검찰은 또다시 기로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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