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독재」 실언 노여움 살까봐/“상속재산 독식” 루머 해명위해/금진호 의원 아들통해서 전달도이유없는 뇌물이 없고 사연 없는 돈이 없다. 노태우 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뇌물수수 내역을 살펴보면 대통령의 권한이 어느정도나 포괄적이며 기업인들이 왜 뇌물을 건넸는지 그 일단을 읽을 수 있다. 기업인들이 노씨에게 제공한 뇌물은 그만큼 「사연많은 돈」이었던 셈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88년 3월부터 『앞으로 시행될 국책사업자 선정에서 계열기업이 참여하거나 선정될 것을 기대한다』며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해 각각 20억∼50억원씩을 전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도 『국책 건설공사등에서 경쟁기업보다 우대를 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며 역시 20억∼1백억원씩을 전달했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국책 건설공사에서 경쟁업체를 배제하고 계열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1백억원등을 전달했다.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구평회 회장은 91년 9월 노씨에게 20억원을 주었다. 10개월전 손위조카뻘인 구자경 그룹회장이 청와대 관저 준공 기념회식에서 『과거정권은 군사독재 정권』이라고 실언, 혹시나 노씨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공소장은 기록하고 있다.
한일그룹 김중원 회장은 88년8월 「상속재산을 동생들에게 분배하지않고 독차지하려 한다」는 시중의 루머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위해 20억원을 건넸다. 금호그룹 박성용 회장은 90년 봄 『항공노선 배분때 아시아나에 유리하도록 해달라』며 현금대신 2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건넸다.
대한유화 이정호 회장은 91년11월 『석유화학업종에 재벌그룹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10억원을 제공했다. 그런가하면 김준기 동부그룹회장은 특이하게도 92년10월 계열사에 근무중이던 금진호 의원의 아들을 통해 노씨에게 20억원을 제공했다.<박정태 기자>박정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