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2% “입에쓴 양약” 타당성 인정/정부 강행방침에 노조파업 대응고수5일로 12일째를 맞은 프랑스 파업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사회복지개혁안에 반대하는 노조와 이를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부딪쳐 빚어진 이번 파업 사태는 끝이 보이기는 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은 샤를 드골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68년 5월혁명과 29일간 프랑스 전국을 마비시켰던 86년의 대파업 이후 최악이다.
파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주가와 프랑화 가치가 떨어지고 연말 경기가 위축되는등 경제에 주름살이 잡히기 시작한데 이어 일부에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번 파업의 불씨가 된 사회복지개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문제의 사회복지개혁안은 재정적자를 줄일 방책으로 공무원과 국영기업 등 500만명의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동결, 파산 지경인 사회복지 재정을 마련키 위해 소득의 5%에 해당하는 사회보장세 신설, 공공 노동자들의 연금 납부 기한 연장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현재 650억달러 규모인 재정적자 중 사회복지 부문의 적자액이 전체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120억달러에 이르고 있음을 들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면 사회복지제도를 손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측 입장에 대해 최근의 한 여론 조사에서는 62%가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동시에 타협을 모르는 정부의 강경함에 대한 비난도 높다. 정부의 정치력 부족을 파업 악화의 한 원인으로 보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사회복지개혁을 결국은 먹어야 할, 몸에는 좋지만 쓴 약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거센 만큼 정부안이 그대로 수용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자크 시라크대통령과 알랭 쥐페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인기가 없어 노조를 충분히 제압할 힘이 없다. 또 시라크 대통령은 6년반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치려면 이번 위기를 무리없이 잘 처리해야 한다. 쥐페 총리는 지난 주말 『앞으로 석달이 문제』라면서 『200만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면 정부는 못버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정적자라는 프랑스의 질병을 치료하려다 정부가 되레 회복 불능의 환자가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을 염려한 것이다.
올들어 프랑스 경제는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뚜렷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업도 늘고 있다. 시라크 정권이 타협이냐 정면돌파냐를 양자택일 해야 할 순간이 점차 가까워 오고 있는 것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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