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없고 기소도 7명에 그쳐 일단 “안도”/불입건 기업인 사법처리 여지 남겨 “부담”재계는 5일 검찰의 노태우 전 대통령 축재비리수사 중간발표에 크게 안도하는 모습들이다. 특히 당초 우려와는 달리 구속대상 기업인이 없고 기소대상 총수도 7명으로 밝혀지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등 경제단체와 주요그룹들은 「다행스런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증권가와 중소업체들도 어둠의 긴 터널에서 벗어난듯 기대에 찬 분위기다. 이날 검찰의 발표에 주가는 전날보다 12포인트이상 올랐고 중소업계는 짐을 벗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중소기업지원을 기대했다.
재계는 그러나 불입건처리된 대부분의 기업인들에 대해 검찰이 「수사진행 과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노씨 축재비리사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총수의 기소결정이 내려진 그룹들은 검찰의 기소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한보그룹은 『검찰의 발표에 할말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는 우선 이날 발표를 통해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읽었다. 기업인 사법처리가 국민경제와 대외경쟁력에 미치는 부작용을 감안해 결정됐으나 일부 기업인의 재판정출두가 불가피해졌으며 불입건처리된 기업인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여전히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없다는 김영삼대통령의 무역의 날 치사에 이어 이날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재차 확인, 앞으로 경영활동과 기업윤리의 일대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그룹은 정세영 회장명의로 『조속한 시일내에 새로운 경영이념과 기업윤리헌장을 제정해 공정하고 깨끗한 기업풍토진작에 앞장설 것』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검찰의 중간발표를 계기로 각 그룹들의 경영혁신방안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은 피했으나 법정출두가 불가피해진 기소대상 그룹들은 검찰의 뇌물성자금 기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삼성과 대우 동아 동부 대림 진로등은 일제히 『할말이 없다. 자금제공규모나 성격등으로 미루어 특별하게 처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에 비해 특혜받은 것도 없다』며 검찰의 기소결정에 불만을 밝힌 그룹도 있었다.
김우중 회장과 이경훈 비서실회장이 불구속기소돼 노씨 축재비리사건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전원기소만 안된다면 이건희 회장이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그룹은 검찰 수사결과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렇다할 언급은 피했다. 동부와 동아 진로등도 법원의 처벌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고문변호사등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동방유량은 불구속기소나 불입건대상 어느곳에도 포함되지 않아 크게 안도하면서도 『검찰의 최종발표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노씨의 부동산 은닉사실이 검찰의 중간발표에 명시된만큼 아직 짐을 완전히 벗지는 않았다는 반응이다.<이종재·박정규 기자>이종재·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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